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분은 같지만, 처지는 다르다.
8일 현재 FA 시장에는 단 3명만 남았다. FA를 신청한 22명 중 19명은 거취를 결정했고, 공교롭게도 두산에서 FA 자격을 얻은 3명만 미계약 상태다. 주인공은 김현수, 오재원, 고영민. 세 선수는 모두 무적이다. 그러나 세 사람의 향후 행보에 대한 전망은 많이 다르다. 세 사람에게 놓인 선택지는 하늘과 땅 차이.
두산은 그들의 선택지를 감안,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김현수에겐 사실상 손을 놓았고, 오재원에겐 치밀한 대처를 준비 중이다. 고영민에겐 매우 여유 있게 대처하고 있다. FA 3인방과 두산은 어떤 길을 걸을까.
▲김현수
현 시점에서 두산이 김현수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김태형 감독이 최근 각종 시상식 혹은 공식석상에서 농담을 섞어 김현수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지만,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한 걸 김 감독도 매우 잘 알고 있다.
김현수의 국내 에이전시 리코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위 관계자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맞춰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로 날아갔다. 본격적인 김현수 세일즈의 시작이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시작. 터무니 없는 계약조건만 아니라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두산이 박석민급 이상의 계약을 안길 것이다)
실제 김현수를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FOX스포츠는 최근 오클랜드가 김현수에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건 아니다. 그들이 김현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현수는 한 걸음씩 메이저리그에 다가서고 있다. 국내야구 FA 신분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선수가 될 듯하다. 두산은 금전 혹은 선수 등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지만, 김현수의 꿈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쿨한 대처다.
▲오재원
오재원을 둘러싼 흐름은 특수하면서도 미묘하다. 일단 오재원이 FA로서 구단들과 원활한 접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3일 논산훈련소에 입소, 4주 기초군사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았다) 오재원의 퇴소일은 18일. 그의 FA 권리 행사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FA 일정상 두산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동시에 협상할 수 있다. 공수주를 갖춘 리그 최고 수준의 2루수이자 두산과 대표팀에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았다. 그만큼 오재원의 가치는 특별하다. 두산도 오재원을 무조건 잡겠다는 계산. 김현수의 이탈이 유력한 상황서 오재원마저 잃을 경우 타격이 크다. 두산은 내야 자원이 충족하지만, 오재원만의 건강한 승부욕을 메워낼 대체자는 없다. 여기에 몇몇 타 구단도 오재원 영입에 나설 경우 계약 시점은 늦어지겠지만, 몸값은 적지 않게 뛸 게 확실시된다. 8~90억원대 계약은 쉽지 않더라도 적어도 4~50억원대 계약은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심스러운 평가.
▲고영민
고영민은 사실상 FA 미아다. 두산은 전 소속구단 우선협상 때도 고영민과의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고영민은 30대 초반이지만, 하락세가 뚜렷한 백업 내야수. 올 시즌 41경기서 타율 0.328 3홈런 11타점 13득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을 소화했지만,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일단 허리가 고질적으로 좋지 않다. 내구성에서 좋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 그리고 수년간 타격에서 반등을 일궈내지 못했다. 두산 특유의 단단한 선수층 속에서 피해를 본 부분도 있었지만, 고영민이 스스로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 고영민은 2012년부터 단 한 시즌도 60경기 이상 소화하지 못했다. 최근 3년 누적기록이 5홈런 19타점 34득점 6도루.
타 구단이 고영민에게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하다. 혹여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보상규정을 감안하면 고영민이 만족할만한 계약을 안길 가능성이 낮다. (이 부분에서 FA 제도 개선 필요성이 드러난다. 현 FA 시장에선 누구나 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결국 현실적으로 두산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두산이 선택을 할 수 있다. 내년 1월 16일부터는 FA 다년계약 대신 단년계약만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두산이 바라보는 고영민의 가치가 드러날 것이다.
[김현수(위), 오재원(가운데), 고영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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