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박은석 "내가 범인이라는 감독님 거짓말에 혼란"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에는 연극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신선한 얼굴이지만 연기력은 입증된 다수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몰입도를 높였고, 탄탄한 이야기가 완성도를 높였다.

남건우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석도 그 중 하나. 대학로에선 이미 알아주는 배우, 일명 '대학로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배우들 중 하나이지만 드라마에선 달랐다. 처음 보는 신선한 배우였고, 그럼에도 연기력으로 집중하게 하는 배우였다.

극중 남건우는 수상한 눈빛과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미술교사. 윤지숙(신은경) 동생 강주희(장소연)와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베일에 싸인 남건우는 아치아라 마을에서 성폭행 사건을 일으켰던 목공소 남씨(김수현)의 아들임이 밝혀짐과 동시에 김혜진(장희진), 가영(이열음)과 이복남매였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지상파 드라마는 첫 도전이었던 박은석은 "너무 좋았다. 무대에 서다가 미디어를 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며 "물론 무대가 좋아서 하는거지만 어쨌든 또 다른 환경에서 무대 조명이 아닌 자연 빛을 받으며 연기를 하니 좀 더 리얼리티를 갖고 연기한다는게 좋았다"고 밝혔다.

"처음엔 남건우에 대해 잘 모른 채 시작했어요. 감독님과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도 '강주희가 여자친구고 네가 연하야'라는 설명만 들었죠. 남건우의 정체를 전혀 몰랐어요. 연하남이라고 해서 좀 순종적인 캐릭터인 줄 알고 했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았죠. 배우들도 가면서 알아갔어요."

박은석은 처음 '마을' 대본을 보고는 '어떻게 이걸 찍지? 이게 가능한가?'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마을'은 탄탄했다. 기록, 지문도 디테일했고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을'은 정말 색달랐어요. 촬영 초반에 연극 공연과 병행하느라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고 촬영도 긴장했었는데 주위에서 정말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감독님도 너무 유머러스 하고 좋았어요. 배우를 굉장히 배려하는 감독님이셨죠. 촬영 전 당시 하고 있던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도 보러 와주시고 애정을 가져 주셨어요. 무대에 서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있고 존경도 있으니 너무 좋았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 덕에 방송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그래도 무대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무대 공포증이 있어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던 박은석은 졸업 후 연극 무대에만 주로 서오면서 무대 공포증은 극복했지만 매체 연기와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때문에 무대 위 연기와 카메라 앞 연기에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방송이라는건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해석하고 캐릭터 노선을 짤 수 있는 상황이 잘 안 되잖아요. 공연은 시작과 끝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약조절도 알고 있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죠. 하지만 방송은 신 안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돼요. 그 상황에 집중해야 하죠. 처음엔 불편하기도 했어요. 무대에선 확장시켜야 하고 방송에서는 최소화 해야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미흡하지만 어느 정도 유연성이 생긴 것 같고, 무대 연기를 하며 해결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방송을 하며 해결되기도 했거든요."

그렇다면 드라마에서의 연기적 부담감은 없었을까. 방송 전 이용석 감독이 "우리 드라마는 발연기가 없다"고 말했기에 첫 지상파 드라마에서 더 큰 부담을 느꼈을 법 하다.

그러나 박은석은 "발연기가 없다는 감독님 말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담도 있지만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겨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무조건 열심히 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박은석 역시 더 작품에 집중하고, 남건우라는 캐릭터에 더 몰입하려 했다.

그러나 미스터리한 남건우를 다 알기란 쉽지 않았다. 미스터리물이었던 만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의심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이용석 감독은 궁금한걸 물어봐도 절대 그대로 대답해주는 경우가 없었다. '여기까지만 알려줄게'라며 조금씩 힌트를 줬다.

"감독님이 많은걸 숨기고 계셨어요. 계속 남건우에 대해 물어봐도 다 알려주시지 않았죠. 그러다 끝나갈 무렵에 저한테 '너 범인이야' 이러시는 거예요. 갑자기 너무 혼란스러웠죠. '내가 뭘 놓치고 있었나?' 싶었고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알고보니 거짓말이었어요. 감독님이 넋 놓고 연기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셨던 거였어요. 계속 뭘 알려고 하고 우리만의 추측을 갖는게 연기에 중구난방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죠. 정말 미스터리한 남건우, 미스터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전후 사정을 모른 채 연기하는건 어려웠을 터. 특히 우는 장면에서는 자신이 왜 우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름 혼자만의 정당성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런 노력이 남건우의 진실을 알았을 때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김혜진과 명확한 사이를 몰랐으니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울었어요. 많은 추측을 했죠. 근데 그게 스스로한테 도움이 되더라고요. 어쨌든 울어야 하는데 난데없이 아무 생각없이 슬픈 생각 할 수는 없었어요. 이 작품 안에서 해결하고 싶었어요. 가이드라인을 잡고 하나씩 짚어가며 연기했어요."

현재 박은석은 연극 '엘리펀트송' 공연 중이다. '마을' 촬영중에도 연극 무대에 섰고, '엘리펀트송' 연습을 병행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다.

"좋은 작품들을 하니까 힘들어도 즐겁고 버틸 수 있어요. 사실 '마을'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무대를 떠날까봐 팬들도 많이 슬퍼하셨어요. '나만 알고 싶은 배우인데 유명해지는 거 싫다'는 팬도 있었죠.(웃음) 근데 '엘리퍼트송'에 바로 출연하니까 깜짝 놀라더라고요. 사실 무대와 방송 병행이 가능하다는 걸 실천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 한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모든 게 다 내 삶에 공존하니까요. 제 놀이터는 한정돼 있지 않아요. 감사하게도 방송으로 절 보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 기여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영화계에도 발을 딛고 싶어요. 좀 더 일보 전진하며 열심히 영역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배우 박은석.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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