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고생이야 어쩔 수 없어요. 다 예상했던 거고, 꼭 필요한 장면들이니까요. 운동도 되고 좋아요. 산에서 몇 달 동안 있다보니, 밥도 맛있고 술도 달더라고요.(웃음)"
지난해 '명량'에 이순신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1760만명을 동원, 당시 대한민국에는 '명량'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대급 신드롬을 보였던 최민식이 이번엔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 역으로 돌아왔다. '명량'에서는 고독하지만 꼿꼿한 모습으로 왜적과 맞섰다면, '대호'에서 최민식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홀로 외로운 싸움이자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처절한 아버지로 열연을 펼쳤다.
102회차 촬영에서 몇 달 간 겨울 산 속에 갇혀, 오로지 '대호'에만 매달렸던 최민식은 스크린 속에서 눈밭에 구르고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고, 또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기싸움을 벌인다.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천만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최민식의 고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외롭게 홀로 산 위를 올라가는 장면은 꼭 필요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죠. '올드보이'도 정말 힘들었고 '주먹이 운다'는 고등학교 복싱부들과 매일 스파링을 하면서 얻어터졌는데요.(웃음) 그런거야 오히려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촬영을 하면서 좋았던 건,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촬영을 한 거라 등산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됐고 밥도 맛있고 술도 달았어요. 한바탕 땀흘리고 나서 먹는 막걸리 맛, 다들 아시잖아요?"
최민식은 약 6개월 촬영 기간의 고충에 대해 "고생이라 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촬영 내내 앞에 아무 것도 없이 대호가 마치 있다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던 터라, 정신을 놓을 수는 없었다. 매번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해있었고 스스로의 연기 계산과 카메라의 각도, 연출팀과의 계산이 정확히 들어맞아야 했다. 최민식은 촬영이 모두 끝나고, 몇 달 뒤인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대호' 속 호랑이를 처음으로 봤다.
단순히 CG로 표현된 호랑이와 한 인간의 싸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영화를 보면 그 생각은 많이 달라진다. CG 호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CG팀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CG팀 뿐만 아니라 최민식의 연기 계산이 통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내 동선, 배우가 떨어졌을 때, 대호가 총으로 어딜 맞아서 피가 어떻게 튀었는지, 그리고 감정선까지 참 막막했다"며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대호'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론시사회 이후 최민식의 표정은 밝았다. 100% 상상에 의존하며 촬영에 임했던 과정이 스크린 속에 정확히 구현됐기 때문.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에, 최민식은 그동안의 걱정을 모두 씻어냈다. 그는 이를 가리켜 '로또 맞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작품을 만나지만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게 제 일이에요. 제 자신을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도 감사하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요. 다른 것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배우를 하면서 먹고 사는데, 단순히 생계수단이 아니라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 군상들을 배우고 좌절하고 행복해하죠. 연극의 3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라지만 대중들의 취향만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아요. 그게 절대적 기준은 아니고, 작품으로 계속 소통할 뿐이에요."
최민식은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고, 감정을 드러내고 함께 이해하고 느끼고 공유하고자 하는 '천생'배우다. '대호'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또 느꼈다는 27년차 베테랑 배우는, 여전히 연기를 갈망하고 도전한다.
[최민식.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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