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된다.
제일기획은 11일 야구단 인수를 발표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내년 1월1일자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다. 구단명이나 연고지, 직원들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를 대표하는 광고, 마케팅 회사로 이관된 만큼 삼성 야구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몇 년 전부터 스포츠단의 제일기획 이관 작업을 진행해왔다.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 프로농구 서울 삼성,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프로배구 대전 삼성화재를 제일기획으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스포츠단 중 덩치가 가장 큰 야구단을 가장 마지막으로 제일기획에 합류시켰다. 김재열 사장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을 총괄하면서 야구단도 자연스럽게 다른 스포츠단과 동일선상에서 운영될 전망이다.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모기업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됐다. 구단이 실질적으로 단 한 푼의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모기업 입장에선 스포츠단이 그룹의 좋은 이미지만 지켜주면 매년 큰 폭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룹의 이미지 제고는 결국 좋은 성적으로 귀결된다. 구단 입장에선 실질적 매출을 올리지 못하니 좋은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변했다. 서서히 한계가 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어느 종목이든 프로구단들이 자생능력 없이 모기업 지원만 받아서는 10~20년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자생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공멸을 각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프로 스포츠단을 지원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예년보다 좋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발 위기와 북한 리스크 등을 안고 있는데다 내수경기마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밝은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 국내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허리 띠를 졸라맸다. 삼성그룹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 1~2년간 수익성과 장래성이 떨어지는 몇몇 계열사들을 타 기업에 과감히 매각시켰다.
이 관계자는 "더 이상 스포츠단이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서 모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지났다"라고 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에서 단순히 프로구단이 우승했다고 해서 모기업에 실질적으로 이익 신장을 가져다 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 프로스포츠단이 단순히 성적만 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21세기 이후 수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단순히 우승을 계속한다고 해서 그룹의 이미지 제고 혹은 수익구조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지향점 바뀐다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의 변화는 의미가 크다. 제일기획은 보도자료를 통해 "20년간 축적해온 스포츠마케팅 전문 역량과 보유 구단들 간의 시너지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해 삼성 라이온즈를 명문구단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일기획은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서 국제적 스폰서십 관련 마케팅을 펼쳐왔다. 마케팅 수익창출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왔다"라며 "스포츠구단 마케팅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볼거리와 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 스포츠 구단에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솔루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미심장한 문구들이다. 쉽게 정리하면 마케팅 영역을 강화, 스포츠단을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개선시키겠다는 것이다. 제일기획이 광고, 마케팅 전문기업이니만큼, 각 스포츠단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스포츠단의 가치를 그룹 이미지 제고의 수단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그런 점에서 당장은 군살빼기가 불가피하다. 특히 야구단은 타 종목에 비해 돈 씀씀이가 크다. 라이온즈의 경우 최근 몇년간 경제적인 운영을 했지만,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좀 더 전문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비상식적으로 부풀어오른 FA 시장, 외국인선수 시장에 매달리지 않고 합리적 소비로 마케팅 역량 강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야구는 FA, 외국인선수 시장에 큰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점점 성적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당장의 전력 혹은 성적 하락 가능성에 팬심이 흔들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삼성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건 더 이상 기존 야구판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삼성야구의 지향점은 확실히 바뀔 듯하다. 삼성그룹의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훗날 한국스포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삼성 선수들(위), 대구구장 팬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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