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댄 블랙의 사랑은 오로지 kt wiz뿐이었다. kt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블랙은 모든 야구선수의 꿈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떠났다. kt는 그런 블랙을 그야말로 쿨하게 놓아줬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블랙은 지난 1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도 주어진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에센셜도 같은 날 '블랙이 마이애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블랙은 내년에도 kt에서 뛰길 원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지난 9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올 시즌 마무리 잘해서 내년 시즌 다시 돌아오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kt는 외국인 선수 구성을 놓고 고민했다.
일단 앤디 마르테와 재계약에 합의했고, 블랙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투수 슈거 레이 마리몬과 트래비스 밴와트를 영입했다. 남은 선택지는 블랙 아니면 새 외국인 투수였다. 타자와 투수 각 2명으로 내년 시즌을 꾸린다면 선택은 블랙뿐이었다.
kt도 진정성을 보였다. 블랙에게 "우리 팀과 계약하지 못한다면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도록 풀어주겠다"고 먼저 약속했다. 어찌 보면 위험부담이 컸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가 "다른 구단에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며 몸값 부풀리기에 들어가도 쉽사리 말을 바꿀 수 없기 때문. 사실상 블랙에게 주도권을 준 셈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블랙도 "한국에서 뛰게 되면 무조건 kt"라고 했다.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
블랙의 마이애미행을 가장 먼저 보도한 베이스볼 에센셜의 잭 맥닐은 지난 12일 윈터미팅 기간에 이뤄진 인터뷰를 공개했다. 마이애미와 계약하기 전이다. 당시 블랙은 "kt 구단에서 정말 잘 챙겨줬다. 한국 특유의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문화가 있는데, 미국에 돌아와서도 그렇게 인사하고 다녔다.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kt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내 역할을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된다면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 kt는 정말 멋진 팀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이 아닌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kt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 kt가 '남 주긴 아깝고, 우리가 쓰긴 모호하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면 블랙의 마음도 돌아섰을 터. 그만큼 kt가 진정성을 보여줬기에, 블랙도 끈을 놓지 않았다.
마이애미에서 계약을 제안했을 때도 고민했다. 에이전트가 먼저 kt에 연락했다. "마이애미에서 계약을 제안했다. 놓칠 수 없는 좋은 조건이다. 계약 여부를 결정했냐"고 했다. 당시 kt는 새 외국인 투수와 블랙을 놓고 고민 중이었다. kt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56으로 리그 최하위. 팀 전력을 생각하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던 부분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전망이 밝다"는 말을 듣고 kt는 쿨하게 블랙을 보내줬다. "아쉽지만 마이애미와 계약하라. 행운을 빈다."
조건도 좋은 데다 블랙의 빅리그 입성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애미의 주전 1루수는 저스틴 부어다. 올 시즌 129경기에서 타율 2할 6푼 2리 23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전문 1루수는 부어가 유일하다. 데릭 디에트리치는 1루와 2루, 3루, 외야 모두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이다. 블랙이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는다면 곧바로 빅리그에 진입할 가능성도 크다. 마이애미 팀 사정상 블랙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블랙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맞다.
블랙은 단기간에 참 많은 것을 보여줬다. 홈팬들에게 배트를 선물하는 등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블랙과 kt는 서로 사랑했다. 좋은 기억만 안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댄 블랙.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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