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우리는 모로즈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할 수 없다. 마이클 산체스가 있을 때와 또 다르다. 여럿이 같이 해야 한다."
김종민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의 말이다. 공격력을 갖춘 새 외국인 선수가 왔지만 이른바 '원맨쇼'는 없다. 팀 전력의 30%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고 없고 차이는 매우 크다. 대한항공도 산체스가 손등 골절로 시즌 아웃, 토종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면서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파벨 모로즈가 합류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팀 대한항공'의 참모습이 나오고 있다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11승 6패(승점 33)로 리그 2위다. 모로즈가 합류한 이후 치른 2경기에서 승점 6점(2승)을 따냈다. 일단 모로즈는 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6.5득점(총 53득점) 공격성공률 59.21%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점유율은 각각 34.78%, 39.13%를 기록했다. 혼자 팀 공격 절반 이상을 책임질 일은 없었다. 범실이 23개로 다소 많았지만 14개가 서브 범실이다.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 공인구에 적응하면 차차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일단 모로즈의 합류로 토종 공격수들이 날개를 달았다. 김학민이 최근 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9.5득점(총 39득점) 공격성공률 54.23%로 활약했다. 점유율은 각각 37.39%, 17.39%였다. 이 기간에 정지석(평균 13.5득점)까지 폭발했다. 17일 한국전력전은 모로즈-김학민-정지석 삼각 편대가 팀 공격의 76%를 책임졌는데, 이만하면 훌륭한 조화다. 세터 한선수도 다양한 공격 옵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센터진의 속공이 터진다면 효과 만점이다. 토털 배구의 정석이다.
김 감독은 17일 경기 직후 모로즈에 대해 "다소 기복이 있고, 앞으로 더 맞춰야 할 것 같다.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결정적일 때 제 역할만 해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공격 능력은 있는 선수다. 딱 오늘 처럼만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로즈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할 수 없다. 산체스가 있을 때와 또 다르다. 여럿이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 팀이 대한항공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토종 선수들의 화력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13일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모로즈에만 의존하지 않는 '토털 배구'를 마음껏 하고 있다. 최근 공격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정지석은 리시브(세트당 평균 5.900) 부문에서도 리그 선두. 리시브 직후 공격 가담 능력과 쇼맨십이 몰라보게 나아졌다.
지난 2경기에서 모로즈는 쉽지 않은 토스를 여러 차례 득점과 연결했다. 상대 블로킹을 충분히 활용한다. 무조건 내리꽂지 않고, 상대 블로킹에 맞혀 내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여기에 김학민과 정지석이 파이프 공격까지 터트려주면 상대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모로즈는 2경기 만에 많은 것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세터와 호흡이 맞기 시작하면 더 잘할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모로즈는 어떤 상황에서든 욕심부리지 않고 득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공격을 하지도 않는다. 김학민과 정지석도 완벽하게 살아난다. 이제 대한항공도 남부럽지 않은 '삼각 편대'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모로즈의 합류가 대한항공에 또 다른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대한항공 파벨 모로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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