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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살아나고 있다. 올해 봄 개편을 통해 주말 황금 시간대로 편성 시간이 바뀐 뒤 그야말로 탄력을 받았다.
'웃찾사'의 부활 중심엔 14, 15기 신인 개그맨들이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너무 큰大' 역시 신인 도광록, 전승배, 정호철이 모여 만든 코너.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을 찾으며 발생하는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너무 큰大'로 뭉친 도광록, 전승배, 정호철은 각자 개그맨의 꿈을 안고 스무살, 개그 무대에서 만난 친구 사이. 도광록이 14기, 전승배와 정호철이 15기로 '웃찾사'에서 다시 뭉쳤다.
신인으로 각자 다른 코너에 출연중이던 세 사람은 적절한 타이밍으로 인해 모이게 됐다. 이들 모두 출연하고 있던 코너가 막을 내리게 된 것. 자연스럽게 셋이 모이게 됐고 새 코너를 짜게 됐다.
그러나 신인만 모여 코너를 짜는 것은 부담감도 있었다. 신인들의 패기라는 타이틀을 앞세웠지만 '너무 큰大'에 대한 제작진 및 선배들의 기대가 높아질수록 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감이 컸죠. 음악과 효과음을 많이 쓰는 개그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써야 했어요. 다른 코너들과 비교될까봐 걱정되기도 했고요. 기대가 너무 크니까 그 기대에 못 미칠까봐 부담감이 됐죠. 선배들이 많이 힘을 실어주셨어요. 격려도 많이 해주고 긴장도 풀어줬어요. 그래서 부담감을 없앨 수 있었어요. '신선한 코너가 나왔다', '대박 조짐이다'는 반응을 보여주니까 힘을 얻고 무대에 올랐죠. 다른 코너에 비해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보니 조명 감독님, 음향 감독님, 무대 감독님도 모두 엄청 신경을 써주세요."(도광록)
처음 코너 아이디어는 도광록이 냈다. 지난해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이 장례식장이 대구에서 제일 큰 장례식장이다'고 내내 말했던 어른들이 떠올랐다. 실제로 장례식장이 너무 커 화장실이 너무 멀었던 기억도 코너에 도움이 됐다. 무작정 큰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위급한 상황에서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코너에 녹여내고자 했다.
오랜 친구사이인 만큼 각자 잘 하는 것들을 앞세워 코너를 이어가고 있다. 전승배는 "도광록이 전체적인 틀을 되게 잘 만든다. 나는 재미있는 내용을 많이 내는 스타일이고, 그에 대한 대사 정리는 정호철이 잘 한다"며 "그런게 조합이 잘 돼서 코너가 잘 나올 거라 생각했다. 사실 다들 고집이 세긴 한데 잘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철은 "나는 도광록, 전승배 두 개그맨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잘 맞춰서 하려 한다"며 "도광록이 내게 히든카드라고 했다. 그 히든카드가 곧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로를 더 잘 알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는 없을까. 도광록은 "솔직히 말해서 스트레스, 압박감에 의해 코너를 짜는 것보다 놀면서 짠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며 "사실 친구라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잘 알다 보니 오는 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도광록이 14기 선배이기 때문에 15기인 전승배, 정호철과의 불편함은 없을까 궁금했다. 도광록은 "오히려 선배인 척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사실 친구한테 선배 행세를 하는 게 좀 꺼려지긴 했어요. 선후배를 떠나 친구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역겨울 수도 있잖아요. '왜 친구인데 선배인척 하지?' 그럴 수도 있잖아요. 원래 친구였기 때문에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했고 장점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안 좋은 것도 많은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코너 짤 때는 어쨌든 제가 선배니까 선배의 역할을 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도광록)
"(도)광록 선배가 말하는대로 따르려고 해요. 후배 입장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있지만 이게 또 친구로 지냈던 세월이 길었기 대문에 온전 선배처럼 도와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셋이 친한게 장점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서로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잘 해보려고 면에서 노력중이에요. 광록 선배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항상 존경하고 잘 따라 왔습니다!(웃음)"(정호철)
지난 10월 첫 회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주변에서는 '2회는 어떻게 할거냐'는 반응이 먼저였다. 너무 큰 병원에서 우주까지 올라갔으니 그 이상으로 큰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이런 반응이 재밌었다.
"개그맨들도 그렇고 일반 친구들마저 다들 걱정하는데 저희는 '또 짰지. 바보들아. 메롱' 그런게 재밌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고 반응도 있으니까 저희도 신난거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로 처음에 짰지만 결혼식 등 때와 장소를 다르게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약간 새로운 장르가 아닌가 싶어요. 슬랩스틱도 아니고 공감대 코미디도 아니고 넌센스가 있죠. 신인이다 보니까 '모 아니면 도' 이런 코너를 계속 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존 개그 틀 형식을 벗어난 코너이기 때문에 회차가 쌓여가다 보면 저희만의 장르가 생길 거라 믿어요."(도광록)
이들은 갓 데뷔한 신인으로 비교적 빠른 시일에 자신들의 코너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다. 공채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됐고 생각과는 다른 환경에 차차 적응해 나갔다.
"막상 방송국에 들어오니까 개그맨 지망생일 때는 몰랐던 것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엔 '와, 어떻게 이렇게 다 잘 하지?'였어요. 무대도 다르더라고요. 개그 무대에 많이 서봤는데도 '웃찾사' 무대에 오르니까 객석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데도 하나도 안 보였죠. 정말 다들 대단하다는걸 느꼈고, 내가 많이 부족하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전승배)
정호철 역시 "신인이라 버거운 부분도 있다"며 "다른 선배들을 보면 진짜 대단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거랑 들어와서 보는거랑 정말 다르다"고 털어놨다.
정신 없이 시간이 흘렀지만 도광록, 전승배, 정호철은 확실히 성장했다. 마냥 개그맨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면 지금의 자리가 감사할 따름이다.
전승배는 개그맨을 꿈꿨던 때에 대해 묻자 "고등학교 때 누가 축제에서 뭘 하면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저거보다 더 잘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용기가 없어서 당시엔 무대에 못 올랐는데 항상 나도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개그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근데 뭐 아무것도 모르니까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서 개그 동아리를 만들었고, 22살엔 개그 무대에도 서면서 꿈을 키웠어요. 돈을 모아 공연을 올리는 거였는데 열심히 다듬고 내공을 쌓으려 했죠."(전승배)
도광록은 고등학교 당시 1년 내내 신중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직장에서 똑같은 일을 몇십년동안 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했고 예능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길로 방송연예과에 진학했고, 개그맨을 하면 몇십년 동안 해도 질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처음에 무대 올라가서 개그를 하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말을 하면 웃으니까. '이래서 하는거구나' 싶었죠.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요. 대학교 선배 개그맨들한테 무작정 전화해서 '개그맨 되고 싶습니다'고 했어요. 그 중 한분이 김병만 선배님이었는데 방송국에 오라고 하시더니 '이렇게 직접 전화하는 후배가 없었다'면서 도움이 되는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후에 임혁필 선배가 같이 공연하자고 해서 3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 빼고 무대에 계속 섰고, 퍼포먼스 개그를 했어요. 그 때 많은 것들을 익혔어요. 이후에 S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봤고 합격했죠. 심사위원 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도광록)
정호철은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나중에 크면 개그맨 시험 한 번 봐보자'라고 약속했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은 늦게 개그맨에 도전했다. 건축공학과를 전공하다 군대에 다녀온 그는 무작정 대학로에 와서 방을 얻고, 전단지 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무대에 서게 됐고, 함께 했던 친구는 개그맨을 포기했지만 정호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군대에 다녀온 뒤 잠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이 때가 아니면 개그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다. 다행히 서른이 되기 전 스물아홉살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고,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오랜 시간 꿈꿨고, 또 계속해서 이어나갈 꿈. 도광록, 전승배, 정호철은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인생을 걸었다. 이들에게 개그맨으로서의 각오를 물었다.
"정말 새롭고 신기한 개그를 하고 싶어요. '어떻게 저런걸로 개그를 짰지?', '어떻게 저런걸로 웃기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요즘 SNS가 있어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개그에 대해 많이 트이는 것 같아요. 진짜 새로운 걸 많이 개발해서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도광록)
"전 열심히 하는 개그맨이 되겠습니다."(전승배)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쉬지 않고 방송을 하고 싶어요."(정호철)
[도광록, 전승배, 정호철(왼쪽부터). 사진 = '너무 큰大' 팀,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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