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다사다난했다.
2015년이 저물어간다.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던 가운데 야구 역시 다르지 않았다. KBO리그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국내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팬들을 기쁘게 한 일도 많은 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도 있었다.
굵직한 일들을 중심으로 2015년 야구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돌아 본다.
▲ 프리미어 12 대표팀, 초대 챔피언 등극
평소 같으면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11월말, 야구 선수들이 국민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11월 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것.
사실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최정예 전력이 구축되지 못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몇 선수들은 원정도박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개막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에게 완패 당할 때만 해도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쉽지 않은 과정 속에 4강에 오른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초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 두산 베어스,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특별한 우승을 거머쥔 팀은 한국 대표팀 뿐만 아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게도 2015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 초보 김태형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타선은 좋았지만 마운드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선수 재미도 전혀 보지 못했다.
가을이 되자 '미라클 두산'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준플레이오프 넥센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NC,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연이어 제압하며 2001년 이후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 팀이 정규시즌 1위팀을 꺾고 우승한 것 역시 2001년 두산 이후 처음이었다. 반면 삼성은 여러 악재가 겹치며 통합 5연패가 무산됐다.
▲ 테임즈 40-40부터 이승엽 400홈런까지 기록 풍년
올해 KBO리그는 사상 첫 144경기 체제로 치러졌다. 덕분에 다양한 기록이 나왔다. NC 2년차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KBO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여기에 한 시즌에 두 차례나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이 역시 KBO에서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활약 속 테임즈는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3번째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은 KBO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으며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는 기존 이승엽이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홍성흔(두산 베어스)은 우타자로는 최초로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 밖에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은 지난해 찰리 쉬렉(전 NC)에 이어 2년 연속 노히트노런 경기를 선보였다.
▲ 불법도박 & 도핑 양성, KBO리그 흥행 속 그림자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한국 야구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삼성 투수들의 불법 도박 파문은 리그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 투수 3명이 마카오 원정도박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임창용과 안지만, 윤성환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어 임창용은 시즌 종료 후 삼성에서 방출됐다.
이는 KBO리그 선수에 국한되지 않았다. 삼성에서 뛰다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2년간 활약한 오승환도 도박 혐의를 인정하며 그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졌다.
또한 최진행(한화 이글스)은 지난 5월 도핑테스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 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되며 30경기 출장 처분을 받았다.
▲ 시즌만큼 뜨거웠던 FA 시장
경기는 11월로 모두 마무리됐지만 더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FA 시장이 그것. 원소속팀 협상 기간만 하더라도 지난해 과열됐던 시장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듯 했지만 타 구단 협상이 시작되자 180도 달라졌다.
타구단 협상 첫 날인 11월 29일 유한준이 4년간 60억원 대박을 터뜨린 것을 비롯해 윤길현이 롯데와 4년간 38억원, 정상호가 LG와 4년간 32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11월 30일은 절정이었다. 손승락이 롯데와 4년간 60억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나온 데 이어 정우람이 한화와 4년간 84억원, 박석민이 NC와 4년간 최대 96억원에 계약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손승락, 정우람, 박석민 등 단 3명 계약에 오간 금액이 240억원에 이른다.
▲ 강정호, KBO리그 출신 타자 성공시대 열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는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투수였다. 추신수, 최희섭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그들은 아마추어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케이스였다.
반면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KBO리그에서 스타가 된 뒤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국내에서는 내로라하는 타자였지만 국내 팬들조차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시아 출신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 또한 시범경기와 리그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고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126경기에 나서 타율 .287 15홈런 58타점을 남겼다. KBO리그 출신 타자 성공시대를 연 것.
김현수 볼티모어와 계약한 이후 "(강)정호가 먼저 와서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들 좋게 봐준 것 같다. 정호가 잘 다져놓은 땅에 민폐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박병호 이어 김현수도 메이저리그 진출 확정
예전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메이저리그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KBO리그 출신으로 처음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LA 다저스)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강정호까지 타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스타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러시는 올시즌 종료 후에도 이어졌다. KBO리그 최고 거포인 박병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강정호의 포스팅 액수인 500만 2015달러를 두 배 넘게 뛰어 넘는 1285만 달러가 최고 입찰액이었다. 박병호는 헐값 계약 논란 속에도 미네소타와 계약을 확정 지으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눈 앞에 뒀다.
이어 김현수도 빅리그가 현실로 다가왔다. 시즌 종료 후 FA 권한을 얻은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간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신고선수에서 빅리거로 변신한 것. 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손아섭과 황재균은 응찰팀이 한 군데도 나오지 않으며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우승(첫 번째 사진), 두산 우승(두 번째 사진), 강정호(세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AFPBBNEWS]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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