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무가 한국농구에 미치는 순기능이 있다.
상무가 28일 고려대를 꺾고 농구대잔치 남자부 3연패를 차지했다. 통산 최다 9번째 우승.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상무의 강세는 두드러졌다. 실업 팀들은 프로화되면서 프로농구로 넘어갔고, 상무는 매 시즌 프로선수들만으로 선수단을 운영 중이다. 대학들을 압도하는 건 물론, 어지간한 프로 팀보다 더 좋은 전력을 보유한 시즌도 있었다. 현재 상무는 한국농구에 적지 않은 순기능을 미친다.
▲공백기 상쇄
상무에 입대하는 선수들은 모두 프로 간판급 선수들이다. 프로 입장에선 간판 선수들의 군 입대 공백이 뼈 아프다. 프로 선수에게 두 시즌간의 실전 공백(실제로는 두 시즌보다도 적다)은 치명적이다. 몸이 망가지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상무가 운영되면서 선택 받은 자들의 실전공백은 사라진다. 그들이 비록 프로농구에서 뛸 수는 없지만, 두 시즌간 상무에서 뛰면서 체계적으로 프로복귀를 준비할 수 있다. 이훈재 감독은 "혜택"이라고 정리했다. 개개인의 혜택이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프로 팀들, 그리고 한국농구의 이득이기도 하다.
▲희생정신
이 감독은 "상무는 희생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동시대에 프로 각 팀에서 간판 노릇을 했던 선수들이 한시적으로 한 팀을 형성한다. 누군가는 프로 시절보다 역할이 축소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이때 희생정신이 결여될 경우 팀 케미스트리는 무너진다. 농구의 특성상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더구나 매 시즌 전역과 입대가 반복되는 상무 특성상 희생정신이 사라지면 끈끈한 조직력을 구축할 수 없다.
상무 선수들 개개인은 군인정신으로 무장돼있다. 정신적인 느슨함이 배제된 상태. 또한, 이 감독은 "선수들의 나이가 다들 비슷하다(보통 프로에서 1~3년을 뛰고 상무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도 1~2년 선후배였으니 상무에서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뭉친다"라고 했다. 결국 상무는 프로 선수 출신들로서 개개인 기량 자체도 뛰어난데다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각종 악재들을 최소화, 대학들을 이변 없이 압도한다. 희생정신을 전역 후 프로에서도 유지할 경우, 개개인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프로 팀에도 득이 된다.
▲개인기량 향상
상무가 참가하는 대회는 프로농구 D리그, 프로아마최강전, 농구대잔치, 군인선수권 정도다. 선수들은 군인으로서 과업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개인훈련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빡빡한 프로 구단 스케줄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프로 구단들은 4~5개월 시즌을 치르고, 비 시즌에도 웨이트트레이닝, 팀 훈련 등으로 개인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변기훈은 "이정현 형이 픽&롤을 참 잘했다. 나도 많이 보고 배웠고, 따라서 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변기훈은 SK 슈팅가드이자 전문슈터였다. 하지만, 외곽슛 외에는 특장점이 많지 않다. 슈팅 기술에 2대2 세부전술 능력을 키우면 톱 클래스 가드로 성장할 수 있다. 실전서 적용해보고, 부작용을 극복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하지만, 상무에서 자신의 농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실제 상무에서 개인기량을 연마, 전역 후 프로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었다. 이 감독은 "프로선수들이 상무에서 실력이 늘어봤자 얼마나 늘겠나. 다만 전역한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지도자로서 뿌듯하다"라고 했다.
▲조직력 구축
상무는 군 팀 특성상 매 시즌 선수구성이 바뀐다. 이번 농구대잔치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들 중 절반은 내년 1월 27일 전역,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시즌 후 4월에 다시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을 선발, 6~7월 새로운 팀을 만든다. 상무는 매년 이런 방식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매년 여름 조직력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군인정신과 희생정신은 갖고 있다. 개개인의 기량도 뛰어나다. 하지만,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세부적인 패턴과 전술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시간도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상무의 경우 이 부분을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실전 기회가 다소 부족하다. 이 감독은 "프로아마최강전 첫 경기(8월 중순, 고려대전)서 패배한 게 아직도 아쉽다. 신병들은 첫 경기였다(기존 선수들과 실전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부상자도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당시 상무는 조직력을 완벽히 다지지 못한 상황서 프로아마최강전 조기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반대로 대학 최강 고려대는 시즌 중이라 자체적인 전력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오히려 고려대는 이번 농구대잔치에서 예비 졸업생들을 프로에 보냈고, 예비 신입생을 받아 조직력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결국 상무와 대학들은 전력 유지 사이클이 다르다)
어쨌든 상무는 프로아마최강전 아픔을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보상 받았다. 그들은 현재 프로농구 D리그 B조 선두(9연승)를 질주 중이다. 상승세가 지속될 듯하다.
[상무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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