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 역사에서 백스리(back three:3인 수비)는 투톱(two top:2인 공격)을 상대로 가장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했다. 투톱이 유행했던 시기에 백스리가 자주 사용됐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에버턴 감독은 축구를 숫자 싸움이라고 했다. 2명의 포워드를 상대로 3명의 센터백을 세우면 1명의 수비수가 커버를 할 수 있다. 2vs2의 경우 개인대결에서 패하면 곧바로 실점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2vs3에선 항상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오디온 이갈로처럼 3명을 상대로도 골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스퍼스가 2명의 센터백을 세웠다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4-2-3-1의 신봉자와도 같았던 아르헨티나인 감독의 백스리 전술은 손흥민의 후반 44분 결승골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선발 명단
키케 플로레스 감독은 3-0 완승을 거뒀던 리버풀전과 거의 유사한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알란 ?? 대신 이케치 안야가 오른쪽 풀백에 자리했다. 이틀전 2-2로 비겼던 첼시전과 비교해도 단 2명 밖에 바뀌지 않았다. ??, 호세 홀레바스 대신 안야, 아케가 측면 수비를 맡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강 투톱으로 평가되는 트로이 디니와 이갈로가 4-4-2 포메이션의 투톱에 섰고 토트넘 출신의 에티엔 카푸에와 벤 왓슨이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놀랍게도 백스리를 사용했다. 포메이션은 3-4-2-1처럼 보였다. 토트넘이 3백으로 경기를 시작한 건 처음이다. 크게 2가지가 작용한 듯 하다. 첫째는 왓포드의 투톱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변화였고, 둘째는 박싱데이 주간에 체력적인 안배를 위한 조치였다. 좌우 풀백은 완벽한 로테이션이 이뤄졌다. 앞서 노리치시티전서 휴식을 취했던 키에런 트리피어와 대니 로즈가 3백 시스템의 윙백으로 출격했다.
#투톱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반기의 가장 큰 전술적인 특징은 잠자던 투톱이 깨어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클럽이 레스터시티와 왓포드다. 두 팀은 옛날 전술로 여겨졌던 4-4-2 포메이션의 투톱 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프리미어리그는 투톱을 사용하는 팀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원톱 중심의 4-3-3을 들고 첼시에 등장한 주제 무리뉴 이후 프리미어리그는 2명의 공격수보다 ‘공격형 미드필더(ex 프랭크 램파드)’와 ‘수비형 미드필더(ex 클로드 마켈렐레)’를 배치한 4-2-3-1을 사용하는 팀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에 완벽한 전술은 없다. 역사가 그랬듯 포메이션도 돌고 돈다. 한동안 원톱에 익숙했던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올 시즌 투톱의 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왓포드처럼 피지컬적으로 강하고 스피드까지 갖춘 2명의 공격 파트너에 자주 허점을 노출했다.
왓포드 투톱의 특징은 명확하다. 디니가 후방 혹은 사이드로 빠져서 공을 따낸 뒤 전방에 있는 이갈로에게 연결한다. 단순한 듯 하지만 둘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투톱은 아니지만 ‘2인 1조’로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는 아스날의 올리비에 지루와 메수트 외질도 공격에서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어쨌든 이날 디니는 이갈로에게 총 8번의 패스를 제공했고 이 중 하나가 전반 41분 동점골로 연결됐다.
#3백
왓포드 투톱에 대한 포체티노의 해답은 백스리였다. 경기 후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는 다이어를 항상 홀딩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하지만 왓포드의 경기를 분석한 결과 오늘은 3명의 센터백을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백스리 전환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선수들의 특징에 있다. 에릭 다이어는 지난 시즌까지 센터백으로 뛴 선수다. 그리고 토비 알데베이럴트와 얀 베르통헌은 벨기에 대표팀에서 좌우 풀백을 맡은 경험이 많다. 때문에 알더베이럴트와 베르통헌의 경우 후방에서 공을 소유했을 때 전방으로 뿌려주는 역할이 낯설지 않았다. 또 상대의 배후 침투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수비진영에서 셋은 총 13번의 클리어에 성공했다. 또한 비록 1골을 실점했지만 유효슈팅 1개로 왓포드의 공격을 차단했다. 토트넘 백스리가 가져온 또 하나의 효과는 윙백을 넓게 벌려 왓포드의 측면 크로스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포체티노는 왓포드가 측면 크로스로 투톱에게 공을 전달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트리피어
오른쪽 윙백 트리피어는 이날 토트넘 전술의 중요한 열쇠였다. 3-4-2-1과 4-4-2가 대결할 때 여유 공간을 갖는 쪽은 백스리를 사용하는 팀이다. 토트넘에선 에릭 라멜라가 자주 왓포드 센터백(브리토스)과 왼쪽 풀백(아케) 사이를 파고들면서 오른쪽 측면에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트리피어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9개의 크로스를 시도한 건 이 때문이다. 여기에 아케마저 거친 파울로 퇴장 당하면서 트리피어는 후반 18분 이후 더 쉽게 전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 44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손흥민
손흥민의 득점 장면이 논란이 된 건 득점 이전의 크로스 상황이 오프사이드였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전설 앨런 시어러는 BBC ‘MOTD’에서 “첫 번째 위치는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그러나 두 번째는 온사이드였다”며 운이 따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의 감각적인 힐킥슛에 대해선 “매우 영리한 동작이었다”고 칭찬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에게 엄지를 추켜세우며 “우리의 장점은 탄탄한 스쿼드에 있다. 모든 선수가 나에겐 중요하다. 오늘은 손흥민이 이를 증명했다. 그는 교체로 출전해 매우 중요한 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손흥민에게 상당히 중요한 골이었다. 5경기 연속 벤치로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했던 상황에서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토트넘에게도 중요한 승리였다. 리그 3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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