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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첼시 리가 키아 스톡스에게 판정승을 거두고도 웃지 못했다.
4일 용인체육관. 삼성생명과 KEB하나은행의 4라운드 맞대결. 치열한 2위 다툼과는 별개로, 두 팀의 빅맨 키아 스톡스, 첼시 리의 맞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은 WKBL 외국인 빅맨들 중 가장 상반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스톡스는 WKBL 최고의 수비형 센터다. 신장 192cm에 체격조건이 그렇게 다부진 편은 아니다. 그러나 날렵하고, 센스 있다. 그는 WNBA 뉴욕 리버티 시절부터 블록슛에 두각을 드러냈다. 상대의 슛 타이밍을 포착, 쳐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몸을 부딪힐 때 힘으로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대가 포스트업이나 페이스업 동작에서 슛으로 올라가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때문에 올 시즌 삼성생명의 수비력은 우리은행 다음으로 좋다. 리빌딩 중인 삼성생명이 2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스톡스다. 최근에는 임근배 감독이 적절히 공격 패턴을 부여,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실전서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공격 테크닉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속공과 얼리 오펜스 참여능력은 매우 좋다.
첼시 리는 WKBL 최고의 공격형 빅맨이다. 신장은 186cm에 불과하지만, 프로필상 몸무게가 96kg다(실제 100kg을 훌쩍 넘는다고 봐야 한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난 덩치(특히 하체)를 자랑한다. 힘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자리를 잡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부적인 공격 테크닉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일단 골밑에 자리를 잡은 상황서 제 타이밍에 패스를 받으면 2득점은 보장된다. 어쩔 수 없이 백코트가 느리지만, 힘을 바탕으로 수비수로서 골밑에서 버텨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첼시 리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다. 때문에 WKBL 규정상 한국인으로 간주, 샤데 휴스턴 혹은 버니스 모스비와 함께 뛴다. 하나은행은 이 효과가 엄청나다. 제공권 강화, 미스매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하나은행은 약한 가드진과 수비력으로 골밑 위력을 극대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세 차례 맞대결서 삼성생명이 2승1패를 거뒀다. 스톡스와 리의 맞대결서도 스톡스가 판정승을 거뒀다. 스톡스는 유독 리에게 강했다. 힘에서는 밀리지만, 아직 힘 외의 세부 공격기술이 부족한 리를 상대로 센스 있게 공격을 저지했다. 리가 골밑에서 공을 잡은 뒤 한 차례 플로어로 내리고 다시 슛을 올라가는 습관, 포스트업 후 돌아서는 타이밍을 잘 포착한 결과였다. 임근배 감독은 "아무래도 리가 공격기술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타 팀에 습관이 노출되기도 했다"라며 리 봉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4라운드 맞대결. 예상과는 달리 리의 판정승이었다. 삼성생명은 리 수비를 당연히 스톡스에게 홀로 맡겼다. 그러나 리는 스톡스를 힘으로 밀어붙인 뒤 골밑에서 연이어 점수를 만들었다. 스톡스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고, 리도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리는 스톡스를 외곽으로 끌어낸 뒤 스크린을 받아 2~3m 지점에서 점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반면 스톡스는 리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공격에서도 리의 파워에 고전했다.
이후 임근배 감독은 리 대신 공격력이 좋은 엠버 해리스를 투입했다. 두 사람의 매치업은 3쿼터 시작과 함께 다시 시작됐다. 쉬고 들어온 스톡스가 반격했다. 하나은행이 공격에서 정체하는 동안, 스톡스가 리를 상대로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3쿼터에는 두 사람 모두 주춤했다.
4쿼터 막판, 스톡스가 재투입되면서 승부처에서 리와 맞대결이 펼쳐졌다. 4분18초전, 체력을 비축한 스톡스가 팀 수비 성공 후 재빨리 상대 코트로 넘어갔다. 리도 끝까지 스톡스를 추격했고, 파울로 끊었다. 스톡스는 3분58초 전에도 배혜윤의 슛 실패에 수비리바운드를 걷어냈고, 뒤늦게 반응한 리의 파울을 끌어냈다.
그러자 리도 배혜윤이 스톡스에게 건넨 패스를 스틸하며 반격했다. 리는 경기종료 2분12초전 외곽으로 스톡스를 끌어낸 뒤 김정은의 패스를 받아 순간적으로 골밑으로 침투, 득점했다. 5점 차로 달아나는 결정적 득점이었다. 수비력 좋은 스톡스도 당한 순간. 결국 리는 스톡스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리는 웃지 못했다. 51-52로 뒤진 마지막 공격에서 골밑에 침투, 공을 받아 골밑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 파울을 얻었지만,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면서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17점 7리바운드의 리가 5점 11리바운드의 스톡스에게 판정승 했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리. 사진=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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