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리그는 기로에 섰다.
여전히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중 가장 인기가 많다.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도 가장 크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야구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야구계 안팎으로 위험요소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찬스 뒤 위기라는 말처럼, 지금의 인기에 도취되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즉, 한국야구를 둘러싼 미래 전망에는 낙관론과 위기론이 공존한다.
KBO리그는 2015년 762만2494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753만3408명을 끌어 모았던 2012년을 넘어 역대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5시즌은 10개구단이 144경기씩 총 720경기를 치른 원년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9개구단이 128경기, 총 576경기를 치른 걸 감안하면 2015년은 무려 144경기를 더 치른 시즌이었다. 실제 지난해 평균관중은 1만222명으로 2014시즌 1만1302명, 2012년 1만3451명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지난해 10개 구단 관중목표 합계는 836만2000명이었다. KBO리그는 올 시즌 다시 한번 역대 최초 800만관중 돌파에 도전한다.
▲낙관론
지난해 평균관중이 2014년보다 떨어진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5~6월 메르스 파동으로 관중이 급감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야구장 특성상 관중으로선 야구장 방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시즌 초반 잦은 비와 추운 날씨로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날씨 변수, 메르스 같은 외부 돌발변수만 제대로 극복하면, 800만 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올 시즌에는 넥센과 삼성이 목동구장과 대구구장을 떠나 고척스카이돔과 삼성라이온즈 파크로 이사를 간다. 고척스카이돔은 1만8076석으로 목동의 1만2500석보다 더 많은 관중을 유치할 수 있다.(좋지 않은 접근성과 의외로 불편한 관중석 시설 보완이 변수다) 삼성라이온즈파크도 2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만석에 불과했던 대구구장보다 약 3배가 큰 구장이다. (도박 스캔들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 떨어진 전력 극복이 과제다)
무엇보다도 올 시즌은 춘추전국시대의 원년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KBO리그 선두다툼은 삼성이 주도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NC, 한화, 롯데의 전력상승, 삼성과 넥센, 두산 등 기존 강호들의 전력 하락으로 유례 없는 대혼전이 예상된다. 9~10월까지 상위권 다툼이 치열하다면 관중 수는 증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KBO리그 관중은 휴가철 이후 하강곡선을 그렸다.
▲위기론
위기론도 만만찮다. 한 야구관계자는 "내, 외부적인 변수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일단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경제는 장기불황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1~2년을 기점으로 각 가정과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한층 커졌다. 그동안 한국야구 패러다임을 개척했던 삼성이 야구단에 소극적인 투자행태로 돌아선 건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내수경기 침체에도 티켓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점점 오르는 추세다. 어쩌다 1~2번 관람하는 건 몰라도, 매주 꾸준히 야구장을 찾기에는 티켓값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매년 순수익 적자에 시달리는 구단 입장에서도 티켓값을 내리는 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KBO리그는 한국경제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KBO리그 구단들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거나, 가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야구단의 좋은 성적이 모기업의 홍보와 제품 매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들도 장기불황에 시달리는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의 위축이 내수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KBO리그는 800만명을 떠나서, 큰 폭의 관중수 증가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단순히 800만명, 900만명을 떠나서, KBO리그가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찾는 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KBO리그 관중수는 2012년 이후 사실상 뒷걸음질쳤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올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같은 외부변수와 장맛비, 추위 같은 날씨변수는 오히려 지엽적이다.
올 시즌 KBO리그는 8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는 호재가 많다. 그러나 그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내다봐야 할 때가 된 것도 사실이다.
[KBO리그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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