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축구 전술 역사에서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는 유럽보다 남미에서 훨씬 더 많이 활용됐다. 유럽 전술가들은 좁게 선 다이아몬드 진형이 측면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인지했다. 그러나 이기는 축구보다 잘하는 축구를 선호하는 남미는 접근법이 달랐다. 그들은 1명의 창조자 즉, 10번 역할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위해 3명의 미드필더를 뒤에 받치는 전략을 망설이지 않았다. 특히 디에고 마라도나를 배출한 아르헨티나에선 여전히 다이아몬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심지어 리오넬 메시를 4-3-1-2에서 ‘1’에 세웠던 아르헨티나다.
4-3-3/4-1-4-1/4-4-2 등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던 신태용 감독은 2016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4-4-2 다이아몬드를 플랜A로 택했다. 하지만 남미에서 유행한 다이아몬드 미드필더와는 시스템이 다르다. 신태용호에선 1명의 홀딩(holding) 미드필더가 뒤를 받치고 10번 성격의 창조적인 미드필더 3명이 공격에 치중한다. 어떤 측면에선 2009년 첼시에서 거스 히딩크가 선보였던 4-4-2 다이아몬드와 유사하다. 당시 히딩크는 포르투갈 출신의 플레이메이커 데쿠를 중심으로 플로랑 말루다, 미하엘 발락, 존 오비 미켈로 중원을 구성했다. 그리고 히딩크는 이 전술로 첼시의 잉글랜드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선발 명단
신태용 감독은 투톱으로 황희찬, 진성욱을 세웠다. 두 선수 모두 활동량이 많고 몸 싸움에 능하며 상대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다이아몬드 중원에선 류승우가 앞에서고 이창민, 문창진이 좌우에 포진했다. 그리고 박용우가 백포(back four:4인 수비)를 보호했다. 수비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과 같았고 김동준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그러나 4-1-4-1보다는 4-3-3에 가까운 4-2-3-1이었다. 이는 측면 공격수와 풀백(full back) 사이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날개 역할을 맡은 엘도르 쇼무로도프와 도스톤베크 함다모프는 수비적인 기여도가 낮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른쪽 풀백 잠시드 볼타보에프는 너무 쉽게 전진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로인해 우즈베키스탄은 볼타보에프(풀백)와 막시밀리안 포민(센터백)간의 거리가 자주 벌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우즈베키스탄의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에게 드넓은 ‘공간’을 제공했다. 이날 한국이 기록한 2골이 모두 황희찬의 좌측면 이동을 통해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는 측면에 약점을 가지고 있어 좌우 폭을 넓게 활용한 4-4-2와 대결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선 다이아몬드의 문제점이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이 측면에 허점을 자주 드러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우즈베키스탄이 공격 패턴을 측면으로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쇼무로도프, 함다모프는 한국 풀백 심상민, 이슬찬과의 개인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수비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를 운영하는 팀과 상대할 때는 측면 공격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공을 소유하지 못하면서 측면을 공략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황희찬
전반 5분과 6분에 연속해서 발생한 한국의 득점 기회는 우즈베키스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다. 전반 5분 다이아몬드의 좌측에 선 이창민에게 공이 연결되자 볼타보에프가 전진했다. 이창민은 논스톱으로 공을 전방으로 전달했고 이때 상대 더블 볼란치와 수비라인 사이에 있던 류승우가 볼타보에프가 있던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진성욱은 포민 뒷공간으로 뛰기 시작했고 류승우는 기막힌 전진패스를 찔러줬다. 비록 득점으로 마무리되지 못했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든 공격전개였다. 6분에도 비슷했다. 볼타보에프는 이번에는 심상민(풀백)을 압박하기 위해 또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공은 후방으로 내려온 류승우를 거쳐 볼타보에프의 뒷공간으로 이동한 이창민에게 향했다. 그리고 황희찬이 센터백 사이로 질주했다. 다만 이번에도 마무리가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은 결국 이 공간에서 2골을 넣었다. 전반 18분을 복기해보자. 심상민이 측면에서 공을 소유하자 이번에도 볼타보에프가 전진했다. 그러나 볼타보에프의 압박은 매우 느슨했다. 사실 심상민 근처에는 쇼무로도프가 있었기 때문에 볼타보에프가 높이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상황은 반복됐고 황희찬이 볼타보에프가 전진하면서 생긴 공간으로 이동했다. 우즈베키스탄 센터백 포민은 황희찬을 쫓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이번에는 가운데 있던 류승우에게 공간이 발생했다. 심상민의 패스는 류승우, 진성욱을 거쳐 이미 좌측면으로 이동한 황희찬에게 연결됐고 포민과 1대1을 이겨낸 뒤 시도한 크로스는 페널티킥이 됐다.
황희찬은 공간을 찾는 움직임이 뛰어났다. 이는 후반 3분 만에 터진 추가골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이번에도 볼타보에프의 수비적인 포지셔닝 실패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심상민의 스로인이 이창민에게 향하자 볼타보에프는 이번에도 전진했다. 그러나 공은 볼타보에프 뒤로 빠졌고 포민 뒷공간으로 황희찬이 달리기 시작했다. 황희찬은 포민과의 개인대결에서 또 승리하며 크로스에 성공했고 반대편에서 쇄도한 문창진이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장면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후반 시작과 함께 달라진 우즈베키스탄의 포지션 이동이다. 삼벨 바바얀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톱이었던 이고르 세르게에프와 측면에 있던 쇼무로도프의 자리를 바꿨다. 쇼무로도프의 수비가담도 좋지 않았지만 장신의 발이 느린 세르게이프도 나을 건 없었다. 문창진이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향해 질주하는 사이 천천히 내려오던 세르게이프는 추가 실점을 허탈하게 지켜봤다.
#볼타보에프
0-2 스코어가 되자 우즈베키스탄은 후반 10분 교체를 시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잠시드 이스칸데로프를 빼고 수비수 사르도르 라흐마도프를 투입했다. 라흐마토프는 볼타보에프가 있던 오른쪽 풀백에 자리했다. 그리고 볼타보에프가 이스칸데로프를 대신했다. 이 변화는 2분이 채 지나기 전에 만회골을 만들었다. 볼타보에프가 박용우와의 몸 싸움을 이겨낸 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한 함다모프에게 공을 내줬고 함다모프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다이아몬드의 후방에 선 박용우는 이전까지 이스칸데로프를 상대로 거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합과정에서 체격이 작은 이스칸데로프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타보에프는 몸 싸움에 더 능한 선수였고 1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세운 한국의 약점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11vs10
이후 경기는 퇴장과 교체가 이어지면서 다소 어수선하게 진행됐다. 한국은 진성욱을 불러들이고 권창훈을 투입한 뒤 류승우를 황희찬의 파트너로 올렸다. 그러자 우즈베키스탄도 후반 22분 쇼무로도프 대신 자롤리딘 먀샤리포프를 투입하면서 세르게에프를 다시 원톱으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흐름은 후반 26분 볼타보에프가 퇴장 당하며 끊겼다. 경기는 11vs10 싸움이 됐고 한국이 점유율을 더 많이 가져가면서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수적 우위에도 추가골을 넣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태용 감독은 김현을 투입한 뒤 황희찬과 권창훈에게 측면으로 넓게 이동할 것을 지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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