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코너킥(corner kick)의 사전적 정의는 ‘축구경기에서 수비측이 골라인 밖으로 공을 차냈을 때 공격측이 코너 에어리어 안에 공을 놓고 차는 것’이다. 상대 페널티지역 안으로 공을 직접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킥과 함께 골을 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나 축구의 궁극적인 목적이 상대방 골문 안에 득점을 올리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코너킥 전술은 중요한 득점 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코너킥에 의한 득점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일단 공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고 상대팀 역시 정지된 상태에서 준비를 하기 때문에 골로 연결시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토너먼트 대회 때마다 감독들이 하나같이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건 약속된 패턴으로 상대의 허를 찔 수 있기 때문이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7명이나 바뀐 선발도, 달라진 포메이션도 아니었다. 바로 전반 22분 김현의 헤딩 선제골을 이끈 코너킥 전술이었다.
#선발 명단
조별리그 2연승으로 일찌감치 8강을 확정한 신태용 감독은 예멘전과 비교해 7명을 바꾼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황희찬, 권창훈, 류승우, 박용우, 심상민, 이슬찬, 연제민이 빠졌고 김현, 유인수, 이영재, 황기욱, 박동진, 구현준 등이 이번 대회서 처음 선발로 출전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였다. 무려 10명을 바꾸며 토너먼트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민
개인적으로 이창민은 신태용호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와 포메이션이 수시로 바뀐 상황에서 이창민은 필드플레이어로서 유일하게 3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다. 공격적인 전술로 수비에서의 약점이 지적되는 있는 가운데 공수 밸런스를 맞춰줄 선수가 바로 이창민이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이 다양한 변화에도 이창민을 선발에서 제외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창민이 뛴 전반과 그렇지 않은 후반의 경기력 차이는 매우 컸다. 이창민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우즈베키스탄(1차전)과의 경기에선 다이아몬드 4-4-2의 왼쪽 미드필더를 수행했고 예멘(2차전)전에선 4-1-4-1의 중앙 미드필더이자 박용우의 보조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이라크(3차전)와의 최종전에선 황기욱의 파트너로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운영)를 구성했다.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토너먼트에선 수비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창민은 약간 밑으로 내려와서 박용우와 함께 빌드업 작업 및 백포(back four:4인 수비)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코너킥
한국의 첫 코너킥은 전반 8분에 찾아왔다. 키커로 나선 이영재가 두 팔을 동시에 높이 올리자 이라크 골키퍼 근처에 있던 유인수가 빠르게 코너 플래그쪽으로 내려왔다. 이영재의 패스는 짧게 유인수에게 향했고 그 순간 페널티박스 우측지역에 서 있던 이창민이 안으로 이동했다. 유인수는 논스톱의 공의 방향을 바꿔 뒤로 흘렸고 이창민이 슈팅 찬스를 잡았다. 비록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이라크 수비를 한 번에 붕괴시킨 장면이었다. 이라크는 190cm에 육박하는 김현을 내세운 한국이 코너킥을 짧게 연결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듯 했다.
전반 20분 두 번째 코너킥에선 이영재가 한쪽 팔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든 뒤 상대 문전 깊숙이 공을 올렸다. 김현의 높이를 활용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반대쪽에서 실시한 코너킥에서 한국은 또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이창민이 김승준과 공을 주고 받은 뒤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로 5~6m 더 이동해 크로스를 올렸다. 중요한 건 이 과정으로 인해 이라크의 수비 진영이 완전히 흐트러졌다는 점이다. 코너킥을 대비하던 이라크 수비는 이창민이 짧은 패스로 접근하자 맨마킹을 깨고 측면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김현은 완전한 자유가 됐고 머리로 공의 방향을 바꿔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3차례 코너킥에서 한국은 모두 다른 패턴을 시도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너킥 전술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태용은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2015 아시안컵에서도 세트피스에 대한 중요성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에도 한국은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첫 세트피스가 적중하며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코너킥에서 득점할 확률이 높진 않지만 얼마나 준비하고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전반전에 (코너킥 전술을) 잘 했다. 전력 노출 우려가 있어서 후반전에는 더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가올 토너먼트에서 한국의 코너킥 전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후반전
후반에는 이라크가 경기를 주도한 시간이 더 많았다. 그들은 후반에만 무려 12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하지만 슈팅 정확도가 매우 떨어졌다. 한국은 문창진, 권창훈, 강상우 등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투입했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밸런스는 전반보다 못 했다. 많은 슈팅을 허용했다는 건 그만큼 수비지역 앞에서의 압박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나 추가시간 실점 장면은 매우 아쉬웠다. 선수 변화 폭이 컸고 그 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수비의 축을 이루면서 경기 집중력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조별리그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8강부터 보여줄 생각이다”면서 “그래서 막판에 실점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점 장면에서 대해선 “토너먼트에선 절대 나오면 안 되는 장면이다. 시간이 다 돼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물러선 것이 잘못 됐다. 선수들에게 약이 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상대를 혼란시키겠다던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 내내 선수들에게 다른 옷을 입혔다. 그러나 이것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의 말대로 이제부터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이라크를 당황시켰던 코너킥 전술은 토너먼트에 임하는 한국의 무기가 될 것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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