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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치타 여사' 라미란. 드라마 속 캐릭터 이미지는 현실에서도 유효했다. 흰색 의상을 차려입어 고급스러운 매력을 뽐내는가 싶더니 현장 스태프에게 손을 내미는 행동으로 웃음을 산 것이다. '여배우 대접'을 제대로 받으며 단상에 올라 선 그는 시작부터 유쾌함이 넘쳤다.
라미란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에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 종영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극 중 라미란 역을 맡은 그는 졸부 사모님의 따뜻한 정을 선보이고, 모성애를 통한 감동과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졸부가 된 후 화려한 호피의상만을 고집하는 독특한 패션감각을 뽐내며 '치타 여사'라는 애칭까지 얻게 됐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이게 잘 되겠나'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0화를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반응이 좋아 놀랐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공감도 해주셔서 마치 인생작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종영 소감으로 입을 연 라미란은 "저만 표준어를 썼잖아요. '응답하라' 시리즈가 워낙 사투리의 맛이 살아야 하는 드라마다 보니 저 혼자서 '망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사투리 안 쓰는 아이들이 있어 그들에게 얹혀가는 느낌이었어요”라며 캐릭터 소개도 덧붙였다.
라미란은 벼락부자가 된 이후에도 쌍문동 골목 이웃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며 훈훈함을 더했다. 또 두 아들을 믿고 지켜보는 쿨한 엄마로 활약하며 다양한 재미를 유발했다. 라미란 역시 이웃, 가족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응팔' 전작을 보니 이일화 언니가 많이 외로웠을 거 같았는데 이번엔 쌍문동 태티서 때문에 재밌으셨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건 김성균 씨가 유행어를 많이 하셨는데 받아주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정봉(안재홍)이는 다른 곳에 빠져 있고, 정환(류준열)이는 시크하고요. 그래서 안쓰러웠는데 계속 듣다 보니 짜증나더라고요. 라미란 여사의 마음을 알 수 있었죠."
라미란이 연기한 치타 여사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면서도 화려한 의상만을 고집한다거나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괴기한 춤을 추는 등 억척스러움과 코믹이 결합된 캐릭터다. 매회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지만 라미란에겐 부담이었다.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성균 씨 때리는 것만 애드리브였고요. 아줌마 캐릭터가 수다스럽고 우악스럽게 표현되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보는 분들도 지겨울 것 같아 약간씩 예상에 비껴 나가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너무 망가지는 것 같아) 감독에게 '저 다른 데 가서 어떻게 해요?'라고 묻기도 했어요."
라미란은 대본을 들여다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지문이 가지는 힘이 대단한 드라마였기 때문. '무안한 듯 멋쩍은 웃음'과 같은 지문에 라미란은 "무슨 웃음이지?"라며 갸우뚱 했다. 고민도 계속하다보니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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