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걸그룹 소녀시대 서현이 뮤지컬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해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현은 벌써 데뷔 10년차. 걸그룹 정상의 자리를 맛 본 그녀는 그 자리에 머물러만 있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 새 삶을 맛보고 있다.
지난 2014년 뮤지컬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서현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이어 뮤지컬 ‘맘마미아!’에 소피 역으로 출연한다. 데뷔부터 큰 역할로 시작해 부담이 많았던 그녀는 ‘맘마미아!’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배우 선배들을 만나 배우고 또 배우며 뮤지컬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맘마미아!’ 연습실 공개 후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만난 서현은 뮤지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녀시대 서현이 아닌 뮤지컬배우 서주현으로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
서현은 소녀시대 데뷔 전부터 뮤지컬을 좋아했지만 선배 옥주현 공연을 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이런 세상이 있지?’라고 생각했고, 뮤지컬이 그냥 좋아졌다. 좋아하는 이유를 정의하기 힘들 정도. 서현은 “이 안에서 한 인물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뮤지컬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보긴 했는데 사실 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옥)주현 언니 공연을 보면서 달라졌죠. 언니 공연은 빼놓지 않고 다 봤는데 그러면서 꿈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서현은 자신이 뮤지컬 새싹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3번째 작품이라 신인이고, 뮤지컬 새싹”이라며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뮤지컬 새싹이기 때문에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선배님들의 배울 점을 많이 흡수해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녀시대 경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뮤지컬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을 묻자 “좀 더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아무래도 가수 활동을 해 왔던 게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무대에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이나 내공이 조금 더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답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멀었지만 존경하는 옥주현, 정선아 언니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 배우가 하는 공연이라면 믿고 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자기 관리 잘 하고 무대 위에서 최고의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옥주현, 정선아 언니는 ‘맘마미아!’를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언니들이에요.”
옥주현, 정선아 뿐만 아니라 현재 ‘맘마미아!’ 선배들 역시 서현이 뮤지컬배우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최정원, 신영숙, 전수경, 김영주, 이경미, 홍지민, 남경주, 성기윤, 이현우, 정의욱, 오세준, 호산 등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서현은 “연습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거짓말이 아니라”라며 웃었다. “아무리 힘든 스케줄을 하다가 와도 연습실 분위기가 에너지를 준다”고 밝힌 서현은 “‘맘마미아!’라는 작품이 밝기 때문에 이런 건가? 정말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건가? 선배님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거리낌 없이 친근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역할에 몰입이 잘 된다. 편하고 즐겁다”고 털어놨다.
SM엔터테인먼트 동료들, 소녀시대 멤버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서로 조언을 하진 않아요. 그냥 응원을 많이 해주고 ‘보러 갈게’, ‘축하해’라고 많이 얘기하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은 없어요. 멤버들은 이제 제 얼굴을 보면 모든 걸 다 알아요. 13년을 넘게 봤거든요. 그래서 ‘아유. 이제 뮤지컬 하면서 숨통이 트이는구나’라고 해요. 표정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뮤지컬 들어갈 때마다 ‘너는 그냥 뮤지컬 해야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언니들이 부러워하면서도 ‘너한테 정말 잘 맞는 것 같다’고 응원도 많이 해줘요.”
제일 가까운 소녀시대 멤버들이 표정만으로 알아챌 정도로 서현은 지금 뮤지컬에 푹 빠져 있다. 걸그룹으로 오랜 시간 지내 왔지만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새롭게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서현을 살아있게 한다.
“걸그룹 멤버로서의 서현이라고 하면 대중 앞에서 아무래도 제한적인 것 같아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을 모두 다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은 보여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팀에서는 인간 서주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모습을 보면 ‘누구세요?’라고 해요.(웃음) 항상 내추럴 하게 있거든요. 길거리에서 걸어 다녀도 잘 모르실 만큼 다 내려놓고 하고 있어요. 그게 사실 더 편해요. 항상 공식석상에 있을 때는 늘 갖춰져 있어야 하고 그런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에 뮤지컬 팀 선배 분들도 처음에는 ‘네가 서현이니?’라면서 되게 놀라셨어요. 아무래도 인간 서주현으로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걸그룹으로 지낼 때와 뮤지컬 팀으로 지낼 때는 어떤 게 다를까. 그는 “아무래도 걸그룹으로 팀 활동을 할 때는 저희가 또래이다 보니까 제가 막내이긴 하지만 친구 같고 다정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때로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약간의 말다툼도 있긴 하지만 약간 자매들 같은 분위기다”며 “뮤지컬 팀 분위기는 정말 가족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아직은 가족이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가수로서는 3분만에 압도적인 무대를 꾸며야 하는 반면 뮤지컬배우로서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하는 것도 서현에게 다른 점으로 다가온다.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뮤지컬은 호흡이 길기 때문에 처음에 감정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1막, 2막 인터미션까지 한순간도 인물로서의 감정을 놓치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냥 무조건 하는 척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한 채로 수많은 약속들을 철저히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래와 무대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컸어요. 근데 그만큼 정말 그 매력이 큰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살아있구나’를 느낀게 처음이었죠. 그냥 가수로서 노래를 했을 때의 즐거움과 뮤지컬 배우로서 한 인물이 되어서 그 극을 함께 세시간 동안 한다는 게 정말 저에게는 너무 큰 즐거움과 또 책임감을 느끼게 해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행복한 경험인 것 같아요.”
벌써 세 번째 작품을 하다 보니 조금씩 발전하는 재미도 있다. “아무래도 첫 작품 ‘해를 품은 달’을 했을 때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큰 역할을 맡았을 때보다 시간도 많이 흘러 생각보다는 좀 발전을 한 것 같긴 하다”고 평한 서현은 이후 더 냉정하게 자신을 평했다.
“초반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저도 많이 느껴져서 공연을 할 때마다 자꾸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 걸 매번 모니터를 하고 매일 체크를 했죠. 어떤 게 아쉬웠는지 매일 했었는데 거의 ‘해를 품은 달’ 했을 때는 하루에 100개 정도 나왔어요. 고칠 게 너무 많았거든요. 매번 할 때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줄여나가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연습하고 무대에 직접 서면서 경험도 되고 선배님들의 조언도 듣고 계속해서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몇 년 뒤에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부족했었네. 지금은 정말 잘 해요’라고 할 만큼 열심히 할게요.”
뮤지컬배우로서의 꿈이 더 커진 현재 뮤지컬 ‘맘마미아!’는 서현에게 더욱 특별하다. 작품은 물론 소피 역이 갖고 있는 매력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서현은 “소피라는 캐릭터는 특이한 캐릭터인 것 같다. 여주인공이 이런 성격인가 싶을 정도로 야성적이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자유분방하다”며 “내 수많은 모습 중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분출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두 소피와는 정말 매력이 다른 것 같아요. 셋이 같이 있을 때 얘기하는데 세명의 소피가 다 다른 것 같다고 해요. 공연 보시는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다 소피다운데 좀 더 왈가닥스러운 소피, 귀여우면서 와일드한 소피 이런 식이에요. 저는 왈가닥한 소피죠.(웃음) 서현의 소피는 신선한 충격이 있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서현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를 표현할 것 같아요.”
서현은 소피는 물론 도나 역까지 넘보고 있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뮤지컬배우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난 것.
“10년 후에 서른여섯살인데 그 때는 도나를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리틀 도나가 소피이기 때문에 도나가 가진 성격적인 부분이 되게 닮아 있거든요. 소피가 작은 버전이에요. 아직은 덜 컸지만 나중에 크면 도나 엄마와 비슷하게 될 것 같아요. 제작발표회 때 ‘10년 후면은 서른여섯이니까 도나를 해야겠어’라고 결심을 했었어요.”(웃음)
한편 뮤지컬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쥬크박스 뮤지컬로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이후 현재까지 영국을 비롯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나라 440개 주요도시에서 6,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20억 불 이상의 티켓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전세계 메가 히트(Mega Hit) 뮤지컬이다.
오는 24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서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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