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두산, 떠나면 허전할 것 같다."
두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 두산 선수단 사이에 낯선 얼굴이 보였다. 롯데, SK,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임경완(41)이다. 그는 두산 투수들과 똑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임경완은 지난해 8월 호주프로야구 시드니 블루삭스와 2년 계약했다. 2015-2016시즌을 치렀고, 2016-2017시즌까지 선수로 뛴다. 2015-2016시즌 1군 17경기서 중간계투로 등판했다. (성적은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금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메인 야구장이 시드니 블루삭스의 홈 구장이다.
호주프로야구는 세미프로리그다. 대부분 선수가 비 시즌에는 다른 일을 한다. 비 시즌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다. 시드니가 시즌을 마치면서 임경완도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그는 요즘 주당 2경기 정도 진행되는 하부리그에 꾸준히 등판, 몸을 만드는 동시에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임경완은 하부리그가 없는 날에도 꾸준히 홈 구장에 나와서 개인운동을 했다. 마침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차리자 김태형 감독의 동의를 얻어 선수단 단체훈련까지 소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는다.
▲호주에서 꿈꾸는 미래
임경완은 지난해 7월 한화에서 방출됐다. 그는 "1주일 정도 기다렸는데 단 한 구단(KBO리그 구단)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호주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진출하게 됐다"라고 했다. 임경완은 단순히 선수생활 연장을 위해 호주리그에 온 게 아니다.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이민을 왔다. 그는 "재능기부 차원이다. 코치 연수까지 생각해서 왔다.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도 괜찮겠다 싶어 결정했다"라고 털어놨다.
일단 다음 시즌까지는 최선을 다해 선수생활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일정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현역 은퇴를 시사했다. 임경완은 "코치로서의 인생도 있다. 몸이 좋다면 선수를 계속 하고 싶지만, 선수를 가르치는 노하우도 키울 때가 됐다. 지도자의 꿈도 저버릴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야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호주 세미프로리그에는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가 많다. 임경완은 선수 신분이지만, 시드니 젊은 투수들의 피칭 폼도 봐주면서 사실상 플레잉코치 노릇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코치 연수를 하는 셈. 그는 "그래도 한국인인데 한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시드니와의 2년 계약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도 있는 듯하다.
▲도전정신 돋보이는 호주리그
임경완은 "호주리그가 세미프로이긴 하지만, 경쟁력이 있다. 생각보다 기량이 좋은 선수가 많다. 특히 파워가 좋은 타자들이 돋보인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초반 호주 타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가운데로 던졌는데, 날카로운 타구를 많이 맞았다는 게 임경완 회상.
임경완은 호주야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호주는 1년에 딱 66경기 치른다. 파워가 좋은 타자가 많은데, 아무래도 수비와 주루 같은 자잘한 플레이나 기본기는 떨어지는 편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그는 "순수한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가 많다. 호주에서 잘하는 선수들은 KBO리그 진출을 진지하게 노리고 있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두산, 떠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임경완은 시즌 후 꾸준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개인훈련을 했다. 그 와중에 두산이 스프링캠프를 차리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그는 "개인훈련은 어디에서도 할 수 있다. 여기 말고도 할 곳이 많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 선수단과 함께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어 더 좋은 게 사실이다.
임경완은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허락해준 김태형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배울 점이 많다"라고 했다. 이어 "두산과는 별 다른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나로선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잘 모르는 후배들과 많이 친해졌다"라고 웃었다. 롯데 시절 후배 홍성흔은 임경완을 살뜰히 모시고 있다.
두산 코치들에게 많은 조언을 듣기도 했다. 임경완은 "코치님들 얘기를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실상 코치 연수를 받으러 호주에 온 상황서 뜻하지 않게 두산 코치들의 조언까지 얻으니 임경완으로선 일석이조. 실제 그는 1~2일 두산 코칭스태프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임경완은 "두산이 떠나면 허전해서 어쩌나"라고 웃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산 선수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는 두산이 15일 시드니를 떠나면 다시 외로운 개인훈련에 돌입한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한 시즌을 의미 있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임경완. 사진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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