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변수가 많다."
올 시즌 두산 야수진의 가장 큰 변화는 김현수의 퇴단과 새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 입단이다. 김현수의 공백을 메우는 것과 에반스의 행보는 두산 타선의 위력, 나아가 두산의 올 시즌 명운을 가릴 수 있는 중대한 변수다.
에반스는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파크에 차려진 두산 스프링캠프에 합류,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프리배팅을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은 "중거리 타자"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반스의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스펙을 살펴보면 홈런보다 2루타로 타점을 많이 올리는 타입이었다. 마이너리그서도 단 한 시즌만 20홈런을 넘겼다. 수비는 1루와 3루, 외야를 고루 맡을 수 있다. 주전 3루수 허경민, 김현수의 빈자리 등을 감안할 때, 에반스의 주 포지션은 1루수, 좌익수, 지명타자로 분류된다.
▲풀타임 4번타자
김 감독은 에반스를 두고 "한 시즌 내내 4번을 맡아주면 가장 좋다. 지금으로선 4번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김현수도 전통적인 4번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김동주의 하향세와 은퇴 이후 확실한 토종 4번감을 찾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 외국인타자 4번 카드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에반스가 한 시즌 내내 4번 타순에 꾸준히 들어선다면 기존 유능한 주전 야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두산이 리그 최정상급 타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 정수빈-허경민 테이블세터, 민병헌, 양의지, 홍성흔, 오재원 등이 구축할 중심타선 짜임새는 NC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좋다.
이 부분은 에반스의 KBO리그 적응, 상대 견제 극복 등이 전제에 깔린다. 반대로 에반스가 KBO리그 적응이 더딜 경우 4번 타순이 흔들리면서 두산 라인업의 전체적인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 에반스의 부진에 대비,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상황서 4번을 맡을 수 있는 확실한 대체카드가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변수와 희비쌍곡선
변수는 에반스의 포지션. 일단 위에서 설명한대로 3루는 고려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선 1루 수비 훈련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김 감독은 "1루 수비를 가장 많이 연습할 수밖에 없다. 투수, 야수와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연계플레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야수들과의 긴밀한 호흡은 물론, 좌타자의 날카로운 선상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순발력도 있어야 한다. 김 감독은 "1루 수비력은 괜찮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은 에반스의 포지션에 대해 함구했다. 스프링캠프 중반인데다 미야자키 연습경기, 국내 시범경기까지 변수가 많기 때문. 결정적으로 에반스의 포지션에 따라 일부 국내 타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김 감독은 그들의 사기를 감안, 에반스의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일단 에반스가 1루에 자리 잡을 경우 1루수 요원 오재일과 김재환이 백업으로 밀려난다. 김재환의 경우 올 시즌 좌익수 훈련을 받고 있는데, 에반스가 좌익수로 들어갈 경우 역시 입지가 좁아진다. 특히 김현수가 나간 상황서 한 방을 갖춘 왼손타자 오재일과 김재환을 제대로 활용하는 건 중요하다. 반대로 에반스가 좌익수로 들어갈 경우 박건우, 정진호 등 좌익수 요원들이 타격을 받는다.
복잡한 상황도 예상된다. 에반스가 1루 혹은 좌익수에 들어갈 때, 밀려난 어떤 타자의 타격감과 페이스가 좋다면, 그 타자는 지명타자를 맡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올 시즌 부활을 노리는 베테랑 홍성흔의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에반스가 풀타임 지명타자를 맡아도 홍성흔의 재기는 쉽지 않게 된다. 에반스 관련 모든 해법의 실마리는 김태형 감독이 쥐고 있다.
[에반스.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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