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3루수 새 트렌드를 만들겠다."
두산 허경민에게 2015년은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백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117경기서 타율 0.317 1홈런 41타점 64득점으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서는 23안타를 작렬,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프리미어12에는 부상을 당한 박석민(NC) 대신 극적으로 발탁, 2009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이후 6년만에 태극마크를 달아 우승까지 맛봤다.
그런 허경민에게 2016년은 또 다른 고비다. 풀타임 주전 첫 시즌. 주위의 기대감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박석민(NC), 최정(SK) 등 여전히 각 팀 3루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즐비하다. 올 시즌 허경민은 리그 최정상급 3루수 도약의 기로에 섰다.
▲난 3루수 10등
두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 허경민은 "난 3루수 10등이다.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여전히 주변에선 '허경민이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단다. 그 물음표가 나에겐 자극이 된다. 오기가 생긴다"라고 했다.
누구보다 긴 2015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허경민이 느끼는 자신의 현실을 감안하면 쉴 틈은 없다. 그는 "훈련량을 조절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러나 내 연차, 내 나이에 훈련량을 조절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김)현수 형도 통화에서 그렇게 말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훈련량을 줄여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했다. 결국 허경민은 작년 스프링캠프 이상의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2015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2015년 교훈
2015년을 통해 얻은 교훈도 있다. 허경민은 "작년 스프링캠프 때는 그저 직전 시즌보다 잘하자는 생각 뿐이었다. 주전, 국가대표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주전이 되고 국가대표로 프리미어12까지 경험하니, 여유가 생겼다. 야구에 대한 시각의 폭이 넓어졌다. 여유가 생겼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우승이지만, 국가대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허경민은 "2009년 청소년대표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다. 얻은 게 많았다"라고 했다. 일본과의 개막전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해 한국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타구 판단이 늦었다. 허경민은 "조금 기다리다 잡을 것인지, 대시해서 잡을 것인지 고민하다 공을 놓쳤다. 그러나 그 실책을 통해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후회하지도 않는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했다.
▲3루수, 새로운 트렌드 만들겠다
3루수는 강타자의 상징과도 같은 포지션. 수비력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3루수는 상대적으로 홈런과 타점 등 강렬한 타격을 하는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허경민은 이 트렌드를 바꾸고 싶다. 그는 "보통 3루수는 홈런과 타점을 많이 올린다. 나는 3루수도 중요한 순간에 잘 치면서 득점도 많이 올리고, 수비를 잘하는 것도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보통의 3루수와는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3루수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다"다.
자신감도 있다. 허경민은 광주제일고 시절부터 수비력은 인정 받아왔다. 3루는 물론, 유격수 수비도 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서 타격에도 눈을 떴다. 그는 "방망이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요즘 투수들은 공도 빠르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뒤에서 공을 끝까지 보고 정확히 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장타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알토란 타격능력을 유지하면서 건실한 수비력이 뒷받침 경우 본인의 말대로 3루수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다. 허경민이 10등 3루수에서 리그 최고 3루수로의 도약을 노린다.
[허경민. 사진 = 호주 시드니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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