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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그룹 베베미뇽으로 데뷔한 후 벤(본명 이은영)은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연습생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아니, 데뷔를 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벤은 연습생보다 더 애매한 위치였다. 그렇지만 벤이 할 수 있는 것은 연습뿐이었고, 그의 일상은 연습실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눈물로 얼룩졌다.
"'차라리 데뷔를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도 했어요. 데뷔 없이 스무살 이후로 계속 연습을 하고 데뷔를 했다면 조금 더 의지를 갖고, 자신감을 갖고 활동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죠.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자신감도 없었고, 잘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부족했어요. 쉬는 시간에 갈고 닦았어요. 정말 이 악물고 노래 연습을 많이 했죠. 이미 데뷔는 한 상태니까 마음은 조급한데, 급하게 한다고 해도 준비한 게 있어야 잘 할 수 있으니까 연습만 했어요."
연습실에 틀어박혀 연습만 하다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괴감이 들며 마음고생이 시작됐다. 가수의 길을 의심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다른 연습생들은 뭔가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는 모습에 참 많이 울었다. 그래도 힘이 됐던 건 벤을 가수의 길로 접어 들게 한 윤민수였다.
"그 때는 데뷔를 하고 이 연습실에 혼자 있는 게 안 맞는다는 생각도 했어요. 가수의 길이 나와 안 맞는다는 생각도 하루에 몇 십 번씩 했어요. 그래도 그런 생각을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많이 울었죠. 저를 제외한 다른 연습생들이 걸그룹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소외감에 힘들었어요. 저만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었죠. 그래도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면 늘 대표님이 지켜봐주셨어요. 안무실에서 연습을 하면 한마디씩 던지고 가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싫으면서도 감사했어요. 그 땐 아무것도 순탄치가 않았어요."
이 당시를 회상하면 어김 없이 눈물이 흐른다는 벤은 눈물을 이내 훔쳐내고, 미소를 지었다. 당시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유 없이 자신을 바라봐 주는 팬들과 자신보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선배들이었다.
"팬들이 그래도 항상 있어 주셨어요. 저만 믿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었는데, 그걸로 저도 저를 믿고 꾸준히 연습을 해 왔던 거 같아요. 노래를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트레스 받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도 노래만 했죠. 그래도 저는 그게 좋았던 거 같아요. 중간에 상황에 의해서 아르바이트를 할까 학교 입시를 다시 볼 까 생각도 했는데, 내가 하고 있는 걸 계속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그냥 천천히 이렇게 잘 걷고 있으면 언젠간 도달하지 않을까 그거 하나만 믿었어요. 지금까지 음악 하고 계신 선배님들도 되게 오랫동안, 10년 넘게 노래를 해 오시다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거잖아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10년 가까운 연습 시간을 거치기도 하고요."
당시 벤의 꿈은 자신의 노래로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베베미뇽 당시에도 음원은 발표했지만 무대에 오른 기억은 몇 번 없다는 벤은 그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었다. 마음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벤의 이러한 마음이 잘 녹아 있는 노래가 있다. 지난 8월 발매한 미니앨범 속 '마이네임이즈벤'(My Name is Ben)이 그것. 벤은 당시 발랄하고 깜찍한 매력이 녹아든 '루비루'로 활동했었다.
"정말 제 노래를 부르는 무대가 고팠어요. '마이네임이즈벤'이란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는 눈물 없이 부를 수 없는 곡이죠. 아, '루비루'도 기억하시죠? 제가 베베미뇽 때부터 발라드만 불러왔는데, 실제 제 모습은 '루비루'와 비슷하거든요. 밝고 활달한 매력이 있는 노래라서 그런 변신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벤은 저런 것도 잘 하네'라는 소리 듣고 싶었답니다. 어때요 괜찮았나요?"
26살 '흥처녀' 벤의 이야기는 인터뷰③에서 계속
[가수 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한복 = 박술녀 한복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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