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평균나이 16세 소녀들, 따뜻한 엄마 밥을 먹으며 친구들과 노는 것이 그저 좋은 꽃다운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간 걸까.
4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 배급 와우픽쳐스)의 언론시사회는 다른 영화들의 분위기와 달랐다. 감정 표현에 인색한 기자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주변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혹은 할머니가 된 1943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눈물을 넘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2002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영화로 특히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한 위안부 할머니의 그림이 모티브가 돼 만들어졌다. 제작단계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거쳐 무려 14년 동안 세상 빛을 보지 못했던 '귀향'의 개봉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소중하고 후원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갑기 그지없다.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속에 이끌려 간 14세 소녀 정민(강하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일본군들에 강제로 납치돼 좁디 좁은 방 안에 갇혀 위안부 피해자가 됐다. 한창 예쁠 나이, 예쁜 꿈을 키울 나이에 정민과 그의 또래 소녀들은 검은 늑대같은 일본군들에게 위안부가 된다.
일본군만 가득한 그 곳은 지옥이었다. 일본군은 줄서서 위안부들을 만날 준비를 했고 병에 걸리면 철저히 버려졌다. 예쁜 소녀들은 일본군 손에서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았고 처절한 삶을 보낸다. 그 안에서 정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멀리 부모님에게 닿을 정도로 크게 고성을 지르는 것 뿐이었다. 그 소리가 고향 땅에 닿을 수만 있다면.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
일본군에게 괴성을 질렀던 정민은, 이내 체념하며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본래, 반갑게 맞이하는 뜻의 인사가 이토록 슬플 줄이야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서글픔이다.
'귀향'은 독특하게도 1943년 그 때와 1991년을 한 어린 소녀이자 무녀가 된 은경(최리)과 연결지어 구성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무녀 은경은 서글프게 떠도는 약 20만 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독이고 집으로 돌려보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은경은 1943년 정민과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로, 애달픈 감정을 극대화한다.
감독이 1943년 이후, 1991년을 보여준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히며 첫 번째 증언을 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자기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어? 미치지 않은 이상"이라며 툭 말을 내뱉는 동사무소 직원을 향해 "내가 그 미친년이다!"라고 지난 50여년의 울분을 내뱉는 할머니 영옥(손숙)의 외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귀향'의 OST인 '가시리'는 20만 명의 위안부 소녀들에게 바치는 가슴 절절한 위로의 노래로 들린다. 또 엔딩크레딧에 7만여명의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나눔의 집'(위안부 피해자 후원시설)에서 강일출 할머니가 심리치료 중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은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보기 힘들지라도, 볼 자신이 없을 지라도 절대 외면해서는 안될 영화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
[영화 '귀향' 포스터. 사진 = 와우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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