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히려 풀코트 프레스로 승부를 걸었다."
모비스의 득점력 약화 현상은 장기화됐다.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으로 이어지는 빅맨 3인방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높이, 득점력 극대화에 끝내 실패했다. 특히 클라크와 빅터의 기복이 심한 골밑 전투력, 높지 않은 전술 이해도는 만가지 수를 가진 유재학 감독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결국 양동근과 함지훈에게 극도로 의존하는 시스템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즌 막판 모비스의 전력 안정감은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사실상 5할 승률로 버텨왔다. 중, 하위권 팀들에 몇 차례 덜미를 잡혔다. 그 사이 9연승의 KCC에 선두를 내줬다.
그러나 모비스가 시즌 막판 반등 가능성을 알렸다. 13일 오리온전은 시즌 막판 최대 고비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완승했다. 여세를 몰아 14일 SK도 완파했다. 기어코 공동선두에 올랐다. 잔여 3경기 결과에 따라 정규시즌 2연패도 가능하다.
▲만수의 역발상
유재학 감독은 '만수'가 맞다. 오리온, SK전서 기 막힌 역발상 전략을 갖고 나왔다. 풀 코트 프레스. 많은 의미를 내포한 전술이었다. 코트 위의 5명 전원 센터라인, 혹은 상대코트 4분의 3 지점에서부터 드리블러를 강하게 압박했다. 트랩을 설치했고, 더블 팀과 로테이션도 원활했다. 오리온 조 잭슨은 턴오버를 쏟아내며 흥분했다. SK 김선형을 비롯한 백코트진도 많이 흔들렸다.
모비스는 상대 턴오버를 유발, 스틸로 연결하면서 손쉬운 속공 득점을 올렸다. 이 부분에서 득점력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유 감독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다. 그는 "수비부터 많이 움직이는 전술을 쓰면, 저절로 몸이 풀려 공격(세트 오펜스)에서도 많이 움직일 것으로 봤다"라고 했다.
사실이었다. 빅터는 오리온, SK전서 수 많은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을 올렸다. 클라크도 골밑 전투력이 올라갔다. 세부적인 공간 활용에선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골밑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외곽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봤다. 빅맨들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국내선수들도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외곽 공격을 시도, 승부처서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결국 모비스는 수비와 공격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극적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오리온, SK전 경기력은 시즌 초반 강력한 모습과 닮았다.
일반적으로 수비를 할 때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면, 공격을 할 때 그만큼 더 지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체력이 좋지 않은 에이스들은 의도적으로 공격에 더 많은 힘을 쏟기 위해 수비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몇몇 사령탑은 의도적으로 수비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지도자들은 "농구는 리듬의 경기다. 수비가 잘 풀리면, 자연스럽게 공격도 풀린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비 성공 후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하면 팀 전체적으로 사기가 오르면서 움직임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수비를 성공하면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속공, 얼리오펜스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수비에 실패해서 실점하면 엔드라인에서 아웃 오브 바운드를 해야 한다. 그만큼 상대 수비가 정돈될 시간적 여유를 준다) 모비스가 오리온, SK전서 그 두 가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모비스 저력
선수층이 얇은 모비스는 주전 의존도가 높다. 전력의 핵심 양동근과 함지훈, 클라크의 나이는 적지 않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체력 소모가 심한 풀 코트 프레스는 쓰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잔여 3경기서도 풀 코트 프레스 전략이 100% 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러나 유 감독은 정면 돌파했다. 그는 "(양)동근이 정도를 제외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해선 안 된다. 지금 선수들은 시즌이 계속되길 바랄 것이다. 비 시즌에는 훈련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시즌 때보다 더 힘들다"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유 감독 역시 선수들이 힘든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면 돌파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대목에서 앓는 소리는 사절이다.
유 감독이 예외로 분류한 베테랑 양동근조차도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체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못 뛰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많이 뛰어서 혹사라는 말도 나온다. 선수가 뛰는데 혹사가 어디 있나. 선수는 항상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력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모비스는 일사불란하다. 공격력 약화 속에서도 수비조직력만큼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선두권서 버텨낸 원동력이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겪으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강한 내성을 키워왔다. 이런 특성은 곧 양동근의 실체이기도 하다. 양동근의 강인함은 곧 모비스 선수들 전체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시즌 막판 최대 위기였던 오리온전과 SK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유 감독의 역발상은 신의 한 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모비스만의 저력이기도 하다. KCC와 모비스의 선두경쟁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유재학 감독(위), 모비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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