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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동주’는 부끄러움을 알고 옳은 일을 행할 줄 알며 피가 뜨거웠던 두 청년에 관한 이야기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그렸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1917년 태어나 1945년 수감 중 세상을 떠났다. 채 서른도 안 되는 짧지만 뜨거운 삶을 살아간 이 두 사람은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 두 인물을 연기한 강하늘과 박정민 덕분에 우리 곁의 인물로 되살아났다.
윤동주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알고 있는 시인이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위대했던 인물인 게 사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저항시인이라는 껍데기가 그의 주변을 철옹성처럼 둘러쌌다. 위대한 시인은 그렇게 한 명의 사람이 아닌 시대의 상징이 됐다.
반면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였으며 열등감의 근원이었던 송몽규는 역사 속에서 없는 인물이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과정은 훌륭했지만 결과가 역사에 아로새겨질 만하지 않았기에 후대의 기억에 남질 못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늘 함께였지만 사후 평가가 극명히 갈렸다.
이런 윤동주와 송몽규는 각각 강하늘과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몸을 빌어 비로소 숨 쉬게 됐다.
강하늘은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 받는 탓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생각해 볼 수조차 없었던 윤동주를 우리와 다름없는 한 인간으로 표현해 냈다. 박정민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당차고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내며 송몽규라는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감히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라 말할 만하다. 특히 이 영화의 의외의 수확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윤동주 외에도 역사의 베일에 숨겨져 있던 송몽규라는 보석 같은 인물의 재발견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인물은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다. 신연식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냐고 제의한 그는 흑백 영화라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영화의 몰입감과 제작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참여하며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이준익 감독이다.
신연식 감독은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시나리오에 녹여내며 탄탄한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약 70%정도를 실제 사건, 나머지 30% 정도를 영화적·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으로 완성시킨 ‘동주’의 시나리오는 뜨겁지만 따뜻했고 부끄러움을 알지만 비겁하지는 않았던 두 청춘을 아름답게 담아 냈다.
[영화 ‘동주’ 포스터와 스틸.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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