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정민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영화 ‘파수꾼’을 떼어 놓을 수 없다. 단 한 편의 영화, 자신의 데뷔작으로 충무로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박정민은 ‘파수꾼’ 개봉 이후 5년 동안 이 영화가 항상 따라 붙는 경험을 해야 했다. 자신을 ‘파수꾼’으로 기억해 준다니 배우 스스로에게는 고마울 테지만 언젠가는 뛰어 넘어야 할 하나의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
이런 박정민에게 인생작이 나타났다. 바로 영화 ‘동주’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담아낸 이 작품에서 박정민은 송몽규로 분해 그의 일생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킬 준비를 끝마쳤다.
사실 송몽규는 그동안 박정민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의외의 인물. 날이 서 있거나 상처받거나 감초 혹은 악역 등을 맡아 존재감을 발산해 온 박정민이기에 완벽하다싶을 정도로 정의롭고 엘리트인 송몽규를 선뜻 떠올릴 수 없는 것도 사실. 하지만 박정민은 충무로에 정평이 나 있던 자신의 연기력으로 송몽규가 곧 박정민인 것처럼 스크린에서 활개를 친다. 독립영화 시절부터 ‘저예산 영화계의 송강호’라는 애칭을 얻은 그의 연기내공이 제대로 폭발한 작품이 ‘동주’다.
송몽규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강단을 지녔다. 저돌적이지만 치기어리지 않다. 자신보다 3개월 늦게 태어난 윤동주를 형의 마음으로 품었다. ‘위대한 시인’이라 불리는 윤동주보다 생존 당시 문학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갓 피어난 청춘을 활활 불태웠고,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이런 송몽규의 일생은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몸을 빌어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온다. 진정성 어린 대사, 행동 하나하나가 송몽규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혹자는 영화 ‘동주’를 본 뒤 윤동주 보다 송몽규가 더 기억에 남을 것.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실제 그 인물이 된 듯한 박정민 특유의 매력이 더 짙어진 ‘동주’는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박정민을 움직이는 연기 원천은 바로 자신의 부족함과 열등감이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박한 박정민은 자신을 향한 호평에 쉽게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아직은 어리고, 스스로에게 야박하게 굴어도 버텨낼 힘이 있다는 박정민은 스스로를 “연기를 엄청 잘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배우”라 칭했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 “연기를 진짜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정민은 ‘동주’를 통해 자신이 목표로 한 지점을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동주’ 스틸. 사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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