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전주 김진성 기자] KBL 최고 테크니션 안드레 에밋의 엄청난 화력이 다양한 수비로 중무장한 오리온을 무너뜨렸다.
16일 전주체육관. 9연승을 달린 KCC와 최근 주춤한 오리온의 맞대결. 정규시즌 우승이 눈 앞에 다가온 KCC,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포기하지 않은 오리온 모두 반드시 이겨야 했다. 결국 이 맞대결의 핵심은 에밋과 헤인즈의 매치업.
두 사람은 KBL 최고 테크니션이다. 에밋은 정상적으로 막는 게 불가능하다. 유연한 스텝과 좌우를 가리지 않는 드리블 돌파, 변칙적인 슈팅 타이밍을 앞세워 다득점을 뽑아낸다. 이기적인 플레이어 같지만, 사실은 패스능력도 수준급이다.
시즌 초반 다른 팀들은 에밋을 막기 위해 몇 발짝 처져서 막는 새깅 디펜스를 했다. 에밋의 돌파를 효율적으로 저지하고, 다른 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도 체크하기 위한 움직임. 상대적으로 에밋의 외곽포가 좋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에밋이 시즌 중반 이후 외곽슛 적중률을 끌어올리면서 이 수비도 무용지물이 됐다.
오리온은 이날 경기초반 에밋과 하승진을 동시에 막기 위해 스위치 디펜스를 선택했다. 수비력이 좋은 이승현과 애런 헤인즈가 스크린에 걸리면 마크맨을 서로 바꿨다. 하지만, 에밋은 여유 있게 농락했다. 스위치 되는 사이 외곽포로 공략했고, 바짝 붙으면 여유있게 돌파로 득점했다. 이 과정에서 파생된 김태술, 김효범의 외곽득점도 살아났다.
반면 헤인즈는 부상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예전보다 움직임이 적어 국내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도 많이 사라졌다. 슛 거리가 길지 않은 헤인즈, 돌파보다는 슈팅이 약간 약한 조 잭슨의 특성상 헤인즈와 잭슨의 연계플레이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추일승 감독은 "조가 애런과 함께 뛰면 뭔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에 무리하는 플레이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오리온은 2쿼터 중반 이후 급격히 추격했다. 허일영과 장재석을 투입, 매치업에서 최대한 대등하게 갔다. 허버트 힐을 잘 막았다. 그리고 에밋에겐 더블팀으로 수비 방법을 바꿨다. 결국 KCC 공격 흐름은 정체됐다. 그 사이 헤인즈는 자신의 득점보다는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을 의식적으로 살리면서 팀 밸런스를 유지했다. 변화의 가능성이 보인 상황.
3쿼터에도 오리온의 흐름이 이어졌다. 오리온은 에밋이 공을 분배한 뒤 오른쪽 사이드로 이동한다는 점을 간파, 에밋이 공을 잡으면 곧바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더블팀을 들어갔다. KCC는 오리온이 힐을 비워놓는 걸 알면서도 공략하지 못했다. 그 사이 헤인즈는 몸이 풀렸고, 잇따라 중거리포를 꽂으며 역전극을 이끌었다.
오리온은 승부를 뒤집은 뒤 기습적으로 3-2 지역방어를 꺼내들었다. 움직임이 줄어든 KCC의 약점을 고스란히 파고든 것. KCC는 에밋이 3점슛 한 차례를 만들었으나 전체적인 움직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밋은 역시 에밋이었다. 3쿼터 막판과 4쿼터 초반 직접 오리온 더블팀을 뚫고 골밑에서 레이업 점수를 만들었다. 또한, 에밋과 국내선수들의 좋은 패스게임이 몇 차례 나왔다. 에밋은 하승진에게 좋은 패스를 건네 득점을 도왔다. 오리온 수비도 경기 막판 다시 응집력이 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결국 에밋은 경기종료 2분35초전 골밑 득점으로 직접 재역전을 이끌었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다시 빛을 발하며, 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69-69 동점이던 17.7초전에는 파울 자유투를 얻었는데, 1구를 넣고 2구를 놓쳤다.
결국 KCC는 1점 뒤진 경기종료 1.5초전 김태술의 패스를 받은 전태풍의 우중간 3점포로 이겼다. 이 역시 에밋 효과였다. 오리온이 에밋을 2중으로 막는 동안 김태술과 전태풍 수비가 헐거워졌고, KCC는 이를 활용해 극적으로 이겼다. 결국 에밋의 화력이 오리온마저 넘어선 경기였다. 에밋은 37점으로 23점의 헤인즈에게 판정승했다.
[에밋.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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