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윤욱재 기자] 선발투수가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면서 홈런보다 볼넷을 적게 내줄 확률은 얼마나 될까. KBO 리그 기록을 통틀어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단 1명도 이런 기록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난이도 '최상'. 난공불락에 가까운 이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LG 우규민(31)이다. 그는 지난 1월 신년 하례식에서 "올해는 피홈런보다 볼넷 개수가 적은 해를 보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해 151⅔이닝을 던져 볼넷 17개만 내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우규민은 "볼넷 20개 미만으로 내주겠다"는 본인과의 약속을 지켰다.
올해 역시 예감이 좋다. 지난 해 부상으로 캠프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과 달리 올해는 애리조나-오키나와 캠프를 정상 소화하며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우규민은 이러한 자신과의 다짐에 대해 "볼넷 20개 이하로 내주는 건 힘드니 홈런 8개를 더 맞으면 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해 우규민은 홈런 13개를 내줬다.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그만큼 피홈런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한 그러면서도 도망가지 않는 피칭으로 볼넷 또한 최소화하겠다는 다짐이다.
지난 해 볼넷 17개만 내줬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만은 않았다. 투수는 상황에 따라 상대 타자를 피하는 승부를 벌이기도 한다. 일종의 작전인 것이다. 이를테면 주자가 득점권에 있고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중심타자가 나오면 타자가 치기 좋은 공을 주지 않으면서 1루를 채워도 좋다는 생각으로 투구를 할 수도 있다.
우규민은 지난 해를 돌이켜보면서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드려고 하지 않았다. 주자가 2,3루에 있고 4번타자가 나오면 반드시 고의 4구는 아니더라도 피해 가는 승부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도 피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볼넷을 적게 내주기 위해서는 제구력이 필수적이다. 한때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를 허용한 마무리투수이기도 했던 우규민은 선발투수로 변신하면서 제구력을 키우는 동시에 원래 구속도 유지해냈다. 그 역시 "원래 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프로 14년을 뛰면서 구속이 오른 적도 없지만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게 나도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투수의 구속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지만 꼭 그런 투수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규민 역시 패스트볼의 구속은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을 형성한다.
"한때 파이어볼러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우규민은 유희관, 장원준 등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구속은 빠르지 않아도 제구력이 된다면 통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해엔 5월이 지나서야 복귀했지만 올해는 개막부터 공백 없이 시즌을 치를 것으로 기대된다. 스프링캠프를 완전히 소화 중인 그는 "작년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목표를 안고 출발선에 선 우규민이 올해 어떤 투구를 남길지 벌써 기대를 모은다.
[우규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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