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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과거의 신분제도처럼 부가 대물림 되고, 가난이 되물림 되는 자본주의의 병폐 때문에 '자신에게는 미래가 없다. 꿈조차 꿀 수 없다'고 스스로를 포기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과 붕괴된 중산층, 너무 일찍 밀려나버린 가장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KBS 2TV '장사의 신-객주2015'(이하 객주) 공식홈페이지에 소개된 기획의도다. 홈페이지에는 '이 시대의 화두인 돈의 가치와 의미를 천봉삼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고도 적었다. 그래서 극 초반까지는 당연히 천봉삼(장혁)의 성장과 함께 그가 보여줄 진정한 상인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가 전할 상도란 무엇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복잡한 이야기 구조 탓에 드라마는 점점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객주'는 폐문한 천가 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객주를 거쳐 마침내 거상으로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다. 1979년부터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역사소설 '객주'를 원작으로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드라마화 과정에서 원작의 일부 각색은 불가피했다. 원작 그대로 옮기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객주'는 당초 밝힌 기획의도대로 '장사'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물론, 장사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극 초반 천봉삼의 아버지 천오수(김승수)가 전한 대사들은 진정한 상인의 도를 충분히 전했고, 봉삼 역시 성인이 된 후에도 때때로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조금씩 거상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러나 봉삼은 장사보다는 주변 적들의 계략에 빠져 허우적대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급급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봉삼이 장사를 한 장면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몇개 꼽자면 먼저 조성준(김명수)과 동몽청에서 재회한 뒤 그의 미션에 따라 동기인 최돌이(이달형)와 함께 막대한 이문을 남겨온 부분이다. 그의 상재가 도드라진 장면이었다. 이후 송파마방에 들어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본격적으로 '봉선생'으로 이름을 날린 봉삼은 다시 송만치(박상면)로 인해 마방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곡선을 타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있다.
이 밖에도 신석주(이덕화)에게 "육의전의 수장이시니 장사로 겨루셔야 합니다. 두렵지 않습니다"라며 당당하게 맞서던 봉삼이 황태를 다루는 어물객주가 돼 독점을 타파하려는 노력이나, 앞서 목숨을 걸고 새로운 장삿길을 개척한 모습 등은 '객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갈수록 봉삼이 장사를 하는 모습보다는 음모와 계략에 휘말리고 과거와 인연에 얽매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특히 매회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허무한 죽음을 맞으면서 '장사의 신-객주2015'는 '장사(將事)의 신'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인물들의 죽음은 드라마 전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해도, 절친한 친구였던 선돌(정태우)의 배신이라는 반전 카드까지 내밀면서 극적 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방영 내내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객주'는 초반까지는 수목극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듯 했으나 강력한 경쟁드라마의 등장으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줄곧 2위에 머물렀던 '객주'가 만약 조금 더 진정성 있고, 흥미만이 아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드라마가 종영한 뒤에도 아쉬움은 길게 남을 전망이다.
['장사의 神-객주2015' 현장 스틸. 사진 = 공식홈페이지]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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