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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귀향'은 정치영화가 아니라 치유의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며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지는 '귀향'의 시선은 지극히 애처롭고 애틋하다. 조정래 감독이 14년동안 집필과 수정을 반복하며 고민했던 점은,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에 대한 시선의 문제였다.
"영화를 만드는 점에 있어서 투자가 안되는 것도 힘들지만, 결정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위안부 소재의 영화를 누가 보겠느냐'라는 말들이었어요. '귀향'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정말 감사드려요. 소재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영화, 등급도 안나올 거야'라며 비관적인 말들을 해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소녀들이 끌려갔을 때의 나이가 평균 16세이고 신체적인 나이는 12세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아이들이 볼 수 있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조정래 감독은 영화 속 1943년의 소녀들처럼 15세의 현재 아이들도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사, 장면들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위안부라는 소재의 파격성 때문에 기우를 드러내는 일부 시선도 있었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적나라하게 장면을 드러내는 부분이 지극히 한정돼있다. 이는 조정래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것이,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위로와 치유를 위한 제작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주변에서 종종 '마음이 아파서 못볼 것 같다'라고 하는데 구원과 치유의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영화 전체가 고향으로 모셔오기 위한 구조로 디자인 돼있어요. 봐주시는 분들의 마음까지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라요. 2015년의 무녀를 통해 넋을 위로하는 형식을 띤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요."
조정래 감독은 SNS나 블로그를 통해, 시사회 후기를 남긴 관객들의 글들을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봉 전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씩 살펴보고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열기가 이어져, 작은 영화이지만 상영관을 좀 더 확보해 1명이라도 더 많이 관객들에게 영화가 닿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귀향'은 미국 후원시사에 이어 일본에서도 시사회가 진행됐다. 파격적인 행보였다. 특히, 조정래 감독은 시사 이후 '미안하다. 몰랐다'라며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며 현재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는 한 일본인 학생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시사회는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후원의 기본 단위가 일본은 만엔(円)이어서 꽤 높은 후원금이었는데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시사도 이뤄질 수 있었죠. 시사에 온 분들 중에는 재일교포 분들도 있었지만 일본인 분들도 꽤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충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영화의 극장주도 일본분이었는데 고마웠어요. 일본의 한 의원은 울면서 '꼭 일본에서 개봉을 해야한다'라고 하더라고요."
조정래 감독은 14년 동안 모진 수모와 비판적인 말들을 들으며 만든 '귀향'이지만,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20만명의 영령들을 잊지 않기 위해 1명의 관객당 1명씩, 20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봐주길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개봉을 앞둔 최근까지, 긴장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부디 '귀향'이 무사히 잘 개봉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귀향' 포스터.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와우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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