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점점 마음과 뜻이 모여 가속도가 붙었어요. 7만 5천여명의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주셔서 엄청나게 많은 기금이 모였죠. 이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만화같은 이야기예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 배급 와우픽쳐스)은 약 7만 5천여명의 국민들이 순 제작비의 50% 이상인 총 12억여원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영화다. 무려 14년동안 조정래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다듬으며 오랜 기간 공을 들였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조정래 감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당시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 그렸던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을 접한 후, 조정래 감독은 자신도 몰랐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게 됐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 작업에 돌입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요? 말로 표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하죠. 이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말도 안되는 일들이 참 많았어요. '왜 네가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느냐'라는 얘기는 너무도 많이 들었고 '영화가 상영이 되겠냐'라는 말도 있었죠. 또 크라우드 펀딩으로 국민들의 뜻이 모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많은 배우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줬다는 것도 대단해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뉴욕타임즈에서 취재를 온 것도요.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물리적인 가속도가 붙어서 점차 현실이 됐어요."
조정래 감독은 개봉일인 24일만을 기다리면서도, 매우 긴장하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나 성패를 따지는 것보다, 이제는 45명이 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이미 세상을 떠난 20만명의 피해자들, 그 가족들에게 누를 끼치면 안된다는 조정래 감독의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귀향'(鬼鄕, Spirits' Homecoming)은 단순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1943년, 당시 소녀였던 그들의 영령을 모신다는 마음으로 만든 위로와 치유의 영화다.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20만명의 소녀들이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났다. 영화 속 14세 정민(강하나)을 통해 본 당시 상황은 끔찍하고 처참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뤄진 '귀향'은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리얼하게 그려냈다.
"'귀향'을 한창 제작, 촬영하는 동안 돌아가신 피해 할머니들이 있어서 마음이 엄청 급해졌어요. 한 분이라고 더 살아계실 때 이 영화를 만들어서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던 할머니들의 부탁을 마음에 안고 있었죠. 진심으로 사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위) 강일출 할머니作 '태워지는 처녀들'-'귀향' 스틸, '귀향' 포스터(맨아래).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나눔의집-와우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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