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아이고~ 깜짝이야!"
LG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이시카와구장. 갑자기 훈련 도중 위험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내 '웃음 바이러스'가 퍼졌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LG 유니폼을 입은 루이스 히메네스(28)가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순간적으로 피하며 한국 말을 내뱉은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히메네스는 분위기 메이커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면서도 '아이고', '좋아', '괜찮아', '빨리' 등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동료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배팅 훈련 때는 다른 선수의 타격을 보며 "좋아, 좋아"라고 타격코치를 흉내내기도 했다. 그것도 양상문 감독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양 감독 역시 웃음을 짓는다.
선수들은 잠시 훈련에 앞서 덕아웃에 대기할 때도 히메네스가 있으면 저절로 웃음꽃을 피운다. 선수들이 "히메네스가 꼬부기를 닮았다"고 구단 직원에게 소개하자 히메네스는 자신의 닮은 꼴인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선수들이 또 한번 웃음을 머금은 순간이었다.
사실 히메네스의 잔류는 극적이었다. 지난 해 잭 한나한의 대체 선수로 합류하자마자 두 번째 경기 만에 대포를 쏘아 올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내 심각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성격도 쾌활하고 수비도 정상급이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타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재계약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었다.
양 감독은 히메네스와 면담을 갖고 2군에서의 재충전을 이야기했다. 히메네스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서용빈 타격코치도 히메네스를 찾아가 타격에서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서 코치는 "히메네스가 외국인 선수임에도 잘 따르더라. 이후 좋아진 모습을 보였을 때 '이젠 스스로 알아서 해도 좋다'고 말했는데 히메네스가 '뭔가 내가 벗어나는 게 있으면 이야기해달라'고 하더라"고 히메네스의 적극적인 자세를 칭찬했다.
히메네스는 다시 1군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타율 .312 11홈런 46타점 8도루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히메네스와 LG는 재계약을 맺고 올해도 함께 한다.
현재 오키나와에서 새 시즌을 준비 중인 히메네스는 "지금 당장 경기에 뛰어도 될 만큼 준비는 돼있다"고 자신의 몸 상태에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에서 선수 경험이 많은 그는 1월 중순부터 시작한 스프링캠프 일정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일찍 시작한 만큼 빨리 준비할 수 있어 좋다. 큰 지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올해 LG와 다시 함께 하는 소감으로 "작년에는 업 앤 다운이 있었지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LG와 다시 계약을 맺고 이번에는 시즌 첫 경기부터 뛸 수 있어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는 히메네스는 캠프에서도 쾌활한 성격을 드러내며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는 부분에 대해 "팀이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도 야구의 한 부분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끝으로 히메네스는 올 시즌을 맞는 각오로 "내가 내는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매일 경기에 나가서 열심히 야구를 하는 게 첫 번째다"라고 전하면서 달라진 LG의 중심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꼬부기의 해맑은 웃음처럼 LG의 분위기를 밝히고 있는 히메네스가 그라운드에서도 LG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히메네스가 자신의 닮은 꼴인 꼬부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히메네스가 캠프 훈련 도중 V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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