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타고난 천재? 노력형 범인? 신원호 PD는 어디에 더 가까울까. 성공한 스타 PD 신원호가 설파한 지론은 간단했다.
"저보고 사람들이 천재래요. 아니거든요. 천재라. 그 힘은 좋지 않은 머리를 모은 힘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만드는 분들이 어떤 프로세스를 가진 지 모르겠지만 저의 작업 방식에 대해선 정말 무식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어요. 부끄러우니 우리가 일 하는 과정에 대해 얘기하지 말자고도 했고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KBS 방송아카데미와 함께하는 PD특강'이 진행돼 CJ E&M 신원호 PD가 '원래 그런 것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펼쳤다
신원호 PD는 예능, 드라마를 할 생각이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영화 할 사람'이라 생각하고 꿈을 꿔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KBS에 입사해 다큐멘터리 부서에 처음 배치됐고 1년 뒤 예능국으로 발령이 났다. 예능이라면 알르러기 반응을 일으킬 만큼 싫어도 했지만 주변의 반응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
"'공포의 쿵쿵따'라는 막내 조연출로 들어가게 됐어요.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터지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스물 일곱이었어요. '생방송 세계는 지금' 할 땐 엄마도 안 봤거든요. 그런데 예능은 엄마가 욕 하시면서라도 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제 친구들이 보고요. 술집을 갔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쿵쿵따 게임을 하는 거예요."
신원호 PD는 분당 시청률 50%를 넘긴 '공포의 쿵쿵따' 덕분에 지금 꽤 나쁘지 않은 PD 행색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굵직한 예능을 몇 작품 거친 후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을 끝으로 CJ E&M으로 건너갔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전공이니까 그걸 하라고 할 줄 알았어요. 막상 회의를 시작했는데 할 게 없더라고요. 사실 버라이어티가 정말 지겨웠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하고 결국 안 좋은 꼴 보고 끝나는 게 예능이에요. 시트콤을 찍자고 이우정 작가와도 얘기를 나눠왔던 터라 회사에 말했는데 다른 분들과 일하는 걸 제안했어요. 근데 그건 견습생 밖에 안 되는 거라 우리끼리 해보자고 했죠."
의심의 눈초리는 따가웠지만 우려를 날려버린 건 결국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었다. 신원호 PD는 "나쁜 머리의 시너지가 좋은 결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큐 300짜리 한 명보다 100짜리 여러 명이 모이는 게 나아요. 저는 일 할 때만큼은, 카메라 팀 갓 들어온 막내라고 하더라도 일단 듣고 보거든요. 저희의 힘은 최초의 몰라서 택했던 그 방식, 남들이 절대 하지 않을 그 방식이에요. 혁신적인 사람도, 노림수를 갖고 일을 할 줄도 모릅니다."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 그에 따른 부담감도 분명 있었지만 도전 욕구도 분명했다. 신원호 PD는 "박수 칠 때 멋있게 떠나고 싶지만 기스가 나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긴 분명 있었으니까요. '응답하라 1997'을 하고 '응답하라 1988'도 한 거죠.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들의 실패 공식을 보니 대체로 다른 사람이 했더라고요. 영화 '대부' 같은 것도 그렇고요. ‘나는 변별력이 있는 크리에이터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를 만들 거야'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 맛, 그림자를 보고 싶어 왔다가 배신감을 느끼게 돼요"라고 말했다.
[사진 = tvN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