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대중들이 언급하는 배우 이태성에 대한 이미지는 꽤 단편적이다. 연하남 혹은 야구선수 출신 연기자 정도. 하지만 그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평가가 부족했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MBC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 종영 후 입대, 상근 예비역으로 군복무를 해오다 지난해 7월 전역한 이태성은 쉴 틈 없이 복귀작을 정하고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다. 이는 지난 21일 종영한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라는 작품으로, 극중 김강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철없는 사남매 중 차남이고 영재(김석훈)의 동생이다. 형에게는 열등감을 느끼고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감옥까지 가는 등 지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뜻 밖의 인연을 만나 결국 행복을 맛보는 인물.
"기분 좋게 촬영을 마쳤어요. 강재 역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됐고요. 누군가를 헤아리는 마음을 갖는다는 게 어렵기만 했는데 '엄마'의 대본, 장면 등을 보곤 확실히 와 닿는 게 달랐어요. 또 원해서 가진 공백이 아니다 보니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감독께서 '너밖에 없다'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졌죠."
30대의 첫 작품인 '엄마'는 이태성에겐 기분 좋은 시작과도 같다. 야구 선수였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캐릭터의 설정 등은 실제 닮은 구석도 많아 그에겐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다가왔다. 또 21개월이라는 연기 공백이 있었지만 앞선 이유 때문에 김강재에 복잡한 감정을 주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는 바닷가 프러포즈를 꼽았다. 얼음장처럼 찬물 속으로 들어간 그가 임신한 콩순이(도희)를 향해 "좋은 아빠로 내가 평생 책임질게"라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는 신이었다.
"2시간 정도 촬영했어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신이었지만 저의 경우엔 배우였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고, 좋은 추억이에요. 대사가 길었고 편집 분만 봐도 3분이 나오더라고요. 연기를 하는데 숨이 안 쉬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해 내고 나니까 무언가 극복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이태성은 '엄마'라는 작품을 계기로 다시금 가족애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극 중에서 엄마(차화연)를 번쩍 안아서 쌀국수를 사주는 신이 있었는데 실제 어머니로부터 '왜 난 쌀국수 안 해 주냐'는 질투를 받았다고. 이태성은 쌀국수 대신 가족여행이라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극 중 명대사로 "나 니네 엄마하려고 태어난 거 아냐"를 꼽았다.
"제가 엄마란 이전에는 막연한 희생, 뒷바라지 아이콘 같은 느낌이 컸어요. '엄마'라는 작품을 마치고 난 뒤에 느낀 감정은 엄마도 이제는 사람,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면가왕' 무대에서 가면을 벗고 난 뒤에 '말썽쟁이 아들로 부모님 속을 썩였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극 중 김강재를 설명하는 부분이었어요. 저는 살면서 말썽 부린 적 없는데 어머니가 '왜 그렇게 나왔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강재와는 운동선수였다는 설정 말곤 실제 모습과 비슷한 구석이 거의 없어요."
이태성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하나둘 잘 하는 걸 읊다 보니 은근 재주꾼이다. 작사, 작곡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는 출연하게 될 드라마 OST 작업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노래 실력은 ‘복면가왕’에서 인증받았으니 실력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예능 욕심도 있다. 다만 토크 중심보단 몸을 쓸 수 있는 것들을 눈 여겨 봤다는 그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야구 버전이 나오면 어떨까 싶어요."
최근 들인 취미는 켈리그라피와 글쓰기. 와일드 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휴식은 조용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촬영장에 가는 일 아니면 거의 나가질 않아요. 서점에 가서 켈리그라피 관련 책과 색연필을 구매했어요. 정돈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탓에 이런 취미들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네요"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끝으로 이태성은 누아르 스타일로 꾸며진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제안이 들어올 수 있게 잘 어필해달라"고도 부탁했다.
"그 동안 연상 여배우들과의 호흡이 많았어요. 영화 '사랑니'의 영향이 컸죠. 필모그래피를 쭉 보니 감옥에 다녀온 강재 역이 돋보일 만큼 센 것 같아요. 영화 '해바라기'에서 김래원 씨가 연기한 역할. 딱 그런 느낌이었으면 해요. 지금까진 제안받은 적 없지만, 변신을 기회를 꼭 잡고 싶네요. 많은 제안 부탁드립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MBC 방송 화면 캡처, 이태성 인스타그램]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