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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안재홍이 맡은 정봉이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화 같았다.
복권으로 집을 일으켰고 7수생으로 구박을 받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매번 '덕질'에 열중했고, 결국 먹을 것에 열성적이었던 정봉이는 후에 성공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됐다. 수많은 그의 명장면에서, 안재홍은 어떤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까.
"PC통신으로 만옥이(이민지)와 재회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빈 모니터를 보면서 상상하며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편집본을 보니까 그게 CG로 들어가고 만옥이의 채팅 글을 보고 놀라는 장면에서는 방송을 보면서 정말 설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재회하는 설렘을 편집으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만옥이와의 재회 장면 못지않게, 만옥이에게 확실한 마음을 전했던 부루마블 황금열쇠 장면은 명장면 중 명장면이었다. 만옥이는 병원에 입원했지만 꽃다발, 주스 등 선물보다도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로움'이었고 정봉이는 만옥에게 그 어떤 말보다 봉투 속 황금열쇠 카드로 '어디든 데려가주겠다'는 강한 한 방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시청자들은 "정봉이가 황금열쇠로 내 마음까지 열었다"라며 환호했다.
"말 없이 묵직한 한 방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병실 앞에 서서 못들어가는데, 만옥이의 아버지가 무서워서 못들어간게 아니라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라서 못들어간 거라고 해석했어요. 들어가서 편지를 전해주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두근거림이요. 머뭇거리고 서성거렸던 설렘이었던 것 같다. 숨고싶은 첫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재홍은 '응팔' 촬영 내내 분장없이 자신의 얼굴 그대로로 연기했다. 꾸밈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받았던 장면이 있었으니, 강동원의 우산신으로 화제가 됐던 '늑대의 유혹' 패러디였다. 그에게 우산신 비하인드를 물었다.
"'봉블리의 유혹'이라고 말을 붙여주셨죠.(웃음) 제가 그 때 메이크업을 한 이유는, 원작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싶었어요. 최대한 장난스럽지 않게, 재미있게 하려고 살을 붙인다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그 영상을 많이 보고 타이밍이나 고개돌리는 각도나 동공의 위치를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잘생긴 친구가 했다면 비교하면서 욕을 먹었을텐데, 전는 강동원 선배님과 비교대상이 아예 안되는 사람이니까 오히려 재미있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정봉이는 활약만큼이나 역대급 장면들이 많았다. 순간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얘기하기에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는 종로의 카페 반줄에서 1층과 2층으로 엇갈렸던 안타까움이 묻어난 장면에서 '확인키스'로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당시 정봉이는 내레이션을 통해 "1989년 늦은 겨울, 지금 이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병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 때문인지 난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만옥이에게 기습 키스를 했다.
"윤윤제부터 빙그레, 그리고 정봉이까지 확인키스 계보가 생겼더라고요. 그런데 전, 멋있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정봉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확인'을 하면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 정봉스럽게 했어요. '화...확인'이라고 했는데 정봉스러워서 좋았던 것 같아요."
[안재홍.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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