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전영신 연출 이윤정)엔 많은 발암 요소가 있었지만, 그 중심엔 바로 오영곤(지윤호)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스토커, 찌질이, 양아치 등 온갖 안좋은 수식어와 어울렸으며,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오영곤이 홍설(김고은)을 떠나는 모습도 불명예스러웠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름다운 이별을 고하는게 아니라,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다가 결국엔 무릎까지 꿇는 ‘찌질함의 극치’였다. 여기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뒷 목을 잡았다.
“저는 제가 많은 역할이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요. 단지 오영곤의 표현방식이 남들과 좀 달랐다고 생각해요. 찌질이고 나쁜놈이고 스토커이긴 하죠. 그런데 그 나름대로 순수하게 사랑을 표현한게 아닐까요? 다만 오영곤의 잘못된 행동들로 제가 욕을 먹고 여러 악플이 달린건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오영곤으로 하여금 제가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게 제 목표였거든요. 욕을 안먹으면 제가 이 드라마에서 해야될 도리를 못한 것일테니까요. 멋있게만 보이려고 끙끙댔다면 제 모습도 죽고 케미도 살지 못했을거에요. 마지막에 홍설 앞에서 무릎꿇으며 찌질하게 굴고 또 다시 협박하는 모습도 ‘치인트’에서의 포지션을 따졌을 때 가장 좋은 결말이었고 오영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오영곤에게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야기까지 풀어내려면 너무 길어지겠죠. 멋있고 화려한건 유정(박해진), 백인호(서강준)이 해야죠. 전 그저 그런 사람들 사이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10대 시절 패션 브랜드 모델로 데뷔해 가까스로 ‘치인트’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은 지윤호는 수년간 좌절하다가 극적으로 오영곤이라는 캐릭터를 따냈다.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이슈가 됐고, 덩달아 저를 알릴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 됐어요. 제 이름이 들어간 기사에 댓글이 달리고 그걸 보고 부모님이 좋아하시니 더할 나위 없어요. 신기하기도 하고요. 인기를 바라고 연기를 한건 아니지만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싶어요.”
다행스럽게도 지윤호가 연기한 오영곤은 시청자들로부터 ‘발암’을 선사했지만, 종종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오영곤의 찌질함 안에는 예상치 못한 엉뚱함과 귀여움도 있어 어쩔 땐 연민과 안쓰러움까지 불러 일으켰다.
“단순한 찌질이 스토커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애잔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아, 불쌍하지만 짜증난다’는 평가를 듣고 싶었죠. 실제로도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철저히 계산해서 연기했어요. 설이와 있을 땐 스토커지만 여자친구랑 있을 땐 사랑스러운 남자친구, 유정이랑 있을 땐 까불거리는 여러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평범하지 않고 극적인 캐릭터라 더 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윤호는 자신의 롤모델로 조정석, 정우 등을 꼽았다. 평범한 일상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내기 때문이다.
“동네 교회오빠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스태프들과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건 정말 힘든건데, 그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는게 제 목표에요. 조정석, 정우 선배님들을 봤을 때 호흡을 갖고 노신다거나 시청자들을 웃길 수 있는 타이밍을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정말 부럽고, 저도 따라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이번에 했던 오영곤이란 역할은 참 쉬운 연기에 속하는 것 같아요.”
임팩트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지윤호는 ‘건달’ 역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찌질이 스토커로 주복맏은 만큼 이 느낌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왕 이렇게 시작했으니 최고봉을 찍어보고 싶어요. 건달 역할로 멋진 느와르 장르를 해보면 어떨까요? 능글맞으면서도 여유로운 건달이요. 철없던 시절 막연하게 그런 모습들이 멋지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연기에 대한 스펙트럼을 늘려서 남성성이 짙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며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