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귀향'이 대규모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의 힘으로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귀향'은 28일 오후 5시 9분 기준 누적관객 100만 227명을 기록,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등위의 등급 심의조차 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개봉관을 잡지 못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비관적인 시선 속에서 피어난 '귀향'은 100만 관객이라는 뜻깊은 성과를 달성했다.
'귀향'은 지난 27일, 누적관객 75만을 넘어서며 당시 손익분기점(60만명)을 돌파했다. 이해타산적인 손익분기를 생각하기보다 '귀향'의 영화적 의미를 생각해볼때, 조정래 감독이 바랐던 "관객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다.
# 제작 무산위기, '크라우드 펀딩'으로 희망을 보다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점점 마음과 뜻이 모여 가속도가 붙었다. 7만 5천여명의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주셔서 엄청나게 많은 기금이 모였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만화같은 이야기다."
조정래 감독은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제작비의 약 50%(약 12억원)를 후원한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제작비 탓에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조정래 감독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만든 '귀향'의 짧은 티저 영상을 통해, 많은 국민들은 무려 12억원의 마음을 모았고 개봉까지 이어지게 됐다.
영화 엔딩크레딧에는 7만 5천여명의 후원인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가는데, 관객들은 불이 켜져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 후원인들이 있기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배우들의 재능기부, 재일교포부터 김구 외종손까지
'귀향'에 출연한 위안부 소녀 정민 역의 강하나, 영희 역의 서미지, 현재를 살아가는 무녀 은경 역의 최리, 영옥 역의 손숙, 송희 역의 황화순, 류스케 역의 임성철 등 배우들은 '귀향'의 시나리오를 읽고 재능기부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인터뷰에서 조정래 감독은 "손숙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배우들께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출연을 해주셨다. 특히 이번에 재일교포 분들께서 많이 참석을 해주셨다. 일본어가 능숙하게 되는 분들을 캐스팅하려 했던 이유는, 일본에서도 이 영화가 상영될 때 공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배우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교포분들께서 나서주셔서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해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정민 역의 강하나에 대해 "강하나 양은 재일교포 4세다. 너무 당차게 연기를 잘해줬다. 오디션을 통해 뽑았는데 정말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촬영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극중 노리코 역을 맡은 김민수는 강하나의 친어머니로 모녀가 함께 영화에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또 김구 선생의 외종손인 임성철 또한 재능기부로 영화에 참여, 작품의 PD 겸 일본군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 韓·日·美 시사, 분노와 눈물
'귀향'은 지난 1월 22일부터 1월 30일까지 미국 LA, 애리조나, 코네티컷대, 브라운대, 워싱턴, 뉴욕 등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을 아우르는 미국 후원자 시사회, 2월 14일에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 후원자 시사회, 2월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전관 시사회를 개최했다.
위안부 기림비를 최초로 세운 주역 제임스 로툰도(James Rotundo) 뉴저지 펠리세이즈파크 시장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많이 울었습니다.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 소녀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했다는 것, 이 영화가 수천 명의 피해 소녀들 중 한 사람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었다"라며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일본 시사회에 참석한 일본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 현지 관객들은 "이 영화는 세계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이 영화를 보고 있어도 되는 건지, 정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일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는 걸로 조금이라도 소녀들에게 공양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봉 이후 국내 관객들 또한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 보고 왔는데 잊지 못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제발 보길 바란다" 등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다.
멀티플렉스를 움직이다
'귀향'은 개봉일을 결정했지만 상영관을 두고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메가박스가 먼저 상영관을 오픈한 이후, 개봉 직전 CGV까지 오픈을 하며 개봉일인 지난 24일 전국 340개 극장, 총 스크린 수 507개가 열렸다. 작은 영화임에도 500여 개의 스크린을 통해 전국 곳곳에 있는 관객들이 볼 수 있었고 그 마음과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2월 말은 극장가 최대 비수기임에도 불구, 개봉 당일 좌석점유율 42.5%를 차지하며 2월 말 개봉작 중 개봉일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을 보였다. 이어 한국사 강의,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최태성 대광고등학교 교사는 사비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빌려 지난 26일 '귀향'을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오는 삼일절 휴일을 맞이해 '귀향'은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봉 첫 주 식지 않는 열기로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입소문이 탄 '귀향'의 기적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귀향' 최리 조정래감독 서미지(맨위), '귀향' 스틸, 미국 시사영상, 포스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와우픽쳐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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