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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종차별 논란을 피해가려 했지만, 논란을 막는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29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LA 돌비 씨어터에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크리스 록은 유머와 비난이 적절히 섞인 오프닝 멘트를 선보였다. 흑인배우로서 아카데미 보이콧 요청까지 받았던 그는 오프닝 멘트를 직접 수정했다고 알려져 이목이 쏠렸다.
오프닝에서 크리스 록은 너스레를 떨다가도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기리는 시간인 '인 메모리얼' 때 "영화를 보러 가다 경찰에게 총을 맞아 죽는 흑인들의 모습이 아마 소개될 것"이라고 말해 아카데미를 뜨끔하게 했다.
이와 함께 "보이콧이라든가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지위"라며 "흑인 배우가 백인 배우와 동등한 지위를 얻길 원한다"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전했다.
이후부터 '백인 잔치'에 흑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영상에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흑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 뿐만 아니다. 갑자기 흑인 소녀들이 등장, 관객석의 배우와 감독 등에게 쿠키를 파는 깜짝 이벤트도 이뤄졌다. 이들 소녀들을 무대까지 진출, 크리스 록과 함께 무대를 가득 채웠다. 로스앤젤레스 걸스카웃 단원들이라곤 하지만 의도적으로 흑인 소녀들로 구성된 느낌이 짙었다.
그동안 여러 번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아카데미는 올해 '백인 잔치', '인종 차별' 등의 비난을 비껴가지 못하고 또 논란에 휩싸였다. 무대에 오른 샤차 바론 코헨이 "또 흑인인 줄 알았죠?"라고 말할 정도로 다른 때와 달리 흑인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이번 논란을 피해가려는 듯 보였다.
올해 시상식에서 유독 흑인 배우, 출연진들의 참여가 두드려졌음에도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크리스 록이 "흑인 후보자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계속 관심이 된다면 흑인 카데고리를 따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듯 어찌보면 일각에서는 이번 인종차별 논란이 과한 것이라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흑인 배우 더 나아가 유색인종인 배우, 감독, 제작진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가 박탈돼서는 안 된다. 이날의 MC이자 흑인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크리스 록이 원했던 것도 백인 배우와 동등한 기회 그리고 제대로 된 평가였다.
이날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피부색이라는 것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피부색이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다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지 않길 바란다.
[MC 크리스 록이 공개한 오스카 리허설, 크리스록과 수상자들. 사진 = 크리스 록 트위터 캡처, 사진 = AFPBBNews]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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