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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안경남 기자] 황희찬(20·레드불 잘츠부르크)이라는 이름 석자가 국내 팬들에게 강렬하게 자리 잡은 건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 카타르전이었다. 당시 70m 드리블로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끈 황희찬은 소속팀 잘츠부르크의 조기 복귀 요청으로 한일전을 뛰지 못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황희찬은 당시 모든 게 거짓말인줄 알았다.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황희찬은 “한일전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뛰고 싶었다. 한국이 졌기 때문에 힘이 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래도 형들이 끝까지 열심히 뛴 것을 알기 때문에 감사했다”며 올림픽 예선을 회상했다.
당시 황희찬은 결승전을 앞두고 한일전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이미 잘츠부르크에서 준결승까지만 허락한 상태였지만 한일전의 특수성을 감안해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의 미나미노 타쿠미와 함께 잘츠부르크로 복귀가 결정됐다.
황희찬은 “구단을 설득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잘 안 됐다. 올림픽 예선에 참가하면서 팀 동계훈련을 걸렸고 새로운 감독이 오면서 구단에서 복귀를 원했다. 아무래도 적응할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황희찬은 한일전을 TV로 보지 못했다. 같은 시간 잘츠부르크 연습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틈틈이 스마트폰을 통해 한일전 결과를 확인했다. 황희찬은 “미나미노 등 일본 선수들과 한일전 결과를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됐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오류가 난 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새로고침을 했는데 그래도 2-3 스코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대회가 끝난 뒤 형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형들이 굉장히 힘들어 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한테도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황희찬에게 올림픽 예선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황희찬은 “형들과 코치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줘서 적응이 쉬웠다. 좋은 형들과 정말 재미있게 축구를 했다. 특히 형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수비수부터 미드필더에 (이)창민형, (문)창진형, (권)창훈형이 나에게 많이 맞춰줬다”고 말했다.
특히 카타르와의 4강전은 황희찬에게 매우 특별했다. 발목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70m 드리블은 황희찬이라는 선수를 각인시킨 명장면 중 하나였다.
황희찬은 “사실 발목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경기에 못 뛸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점이 되고 나니까 아픈 것은 잊게 됐다. 내가 아프든 말든 뭐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픈 것을 잊고 들어가서 경기에만 집중했다. 또 형들이 나를 믿어줬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70m 드리블에 대해선 “사실 공을 더 길게 치고 스피드에서 완전히 앞선 상황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발목이 아프다 보니까 순간 아차 싶었다. 그래서 잘못 쳤고 공이 뒤로 갔다. 그런데 그 순간 상대 선수가 다리를 벌리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래서 가랑이 사이로 공을 뺐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황희찬에게 신태용 감독과 함께한 시간은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신태용 감독님께서 매우 친근하게 대해 주셨다. 무엇보다 축구적인 부분과 인성적인 부분을 많이 조언해주셨다. 감독님께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장 안팎에서의 변화는 컸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도 당시 대회를 치르면서 황희찬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림픽 예선은 이제 과거로 남았다. 본선을 위해선 다시 뛰어야 한다. 신태용 감독도 올림픽에 나가려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첫번째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희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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