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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안경남 기자] 황희찬(20·레드불 잘츠부르크)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예상보다 빨랐던 그의 복귀전 안에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올림픽 예선을 치른 뒤 합류한 소속팀 훈련에서 허벅지를 다친 황희찬은 약 3주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빠른 실전 복귀였다. 구단 의료진조차 황희찬의 엔트리 포함에 놀랐을 정도였다. 실제로 황희찬도 경기 후 “몸 상태가 40%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재활과 치료 후 팀 훈련에 복귀했지만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지는 미지수였다. 환경적인 부분이 변수였다. 올 시즌 잘츠부르크는 라피드 빈, 아우스트리아 빈과 함께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12월 아돌프 휘터 감독이 경질되고 스페인 출신의 오스카 가르시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선수를 엔트리에 포함시킬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잘츠부르크는 황희찬의 복귀를 서둘렀다. 한국 스트라이커에 대한 기대와 빠른 경기력 회복을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잘츠부르크의 엔트리는 경기 전날 최종 훈련 후 결정된다. 보통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의 이름을 코칭스태프가 보드판에 적는다. 이때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이를 직접 보고 확인한다. 황희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없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황희찬은 “선수 이름이 하나 둘씩 적히고 마지막 한 명이 남았을 때 H로 시작하길래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스펠링이 A였다. 한 끗 차이로 엔트리 포함이 결정됐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잘츠부르크 구단에서 황희찬의 영문명은 ‘HEE CHAN’이다. 이어 “그때 분위기가 좀 싸했다. 나보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를 빼고 부상에서 돌아온 나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다들 정말 맞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만큼 황희찬의 엔트리 포함은 잘츠부르크 안에서도 화제였다.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잘츠부르크와 아우스트리아 빈의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4라운드서 황희찬은 일본 출신 미나미노 타구미와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같은 포지션의 미나미노의 컨디션이 더 좋았기 때문에 교체 출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잘츠부르크가 경기를 주도하면서 전반을 3-1로 마쳤다. 스코어가 벌어지면서 황희찬의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프타임에 황희찬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후반 휘슬이 울린 뒤에도 터치라인에서 몸을 풀며 출전을 기다렸다. 황희찬은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전반이 끝나고 감독님이 후반에 뛸 거니까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감독은 예상을 깨고 첫 번째 교체카드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야신 펠리반을 투입했다. 상대의 반격이 거세지자 중앙을 먼저 보강했다. 두 번째 교체도 황희찬이 아니었다. 후반 18분 황희찬과 함께 몸을 풀던 미나미노가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그렇게 무산될 것 같았던 황희찬의 복귀전은 후반 24분에 이뤄졌다. 발렌티노 라자로가 갑자기 부상을 당하자 가르시아 감독은 황희찬 투입을 지시했다.
바르셀로나B팀 출신의 조나탄 소리아노와 투톱에 선 황희찬은 들어가자마자 빠른 돌파로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예상대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몇 번의 질주와 수비 가담 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자주 손을 양 무릎에 기대며 가쁘게 숨을 들어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장기인 드리블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자 황희찬 자신도 답답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희찬은 경기 후 “들어가자마자 달렸는데 이후에 호흡이 가빠지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부상으로 3주를 쉬면서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습 경기가 있었지만 확실히 실전과는 달랐다. 너무 오랜만에 경기를 뛰니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의 경기 스타일도 영향을 미쳤다. 정통적으로 잘츠부르크는 많이 뛰는 축구를 선호한다. 게다가 새로 부임한 가르시아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주문하고 있다.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아도 압박 후 다시 내려와 수비수를 쫓으라고 지시한다. 황희찬은 “감독님은 정말 많이 뛰는 축구를 요구하신다. 가만히 서 있는 걸 그냥 두지 않는다. 몸이 안 되는데 그렇게 뛰니까 정말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예선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던 황희찬은 잘츠부르크 부상 복귀전에서 약 25분을 뛰고 경기장에 드러누웠다. 예상보다 빨랐던 복귀전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부상에서 막 돌아온 황희찬을 믿고 투입한 감독의 신뢰와 구단의 기대를 확인한 경기이기도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황희찬은 “차근차근 몸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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