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이 무서워졌어."
3연승으로 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오리온. 공격농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강력한 스위치 맨투맨과 골밑 더블팀+로테이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안정된 수비를 토대로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력을 선보인다. 특정선수 1~2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외국선수의 패스게임이 날카롭다. 장신자들이 외곽슛을 장착했고, 좋은 패스게임에 의해 그 확률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 그들과 국내선수들의 연계플레이도 자리가 잡혔다. 발 빠른 헤인즈, 잭슨, 이승현을 활용한 얼리오펜스 위력도 상당히 높다.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모비스다. 모비스는 수비조직력이 가장 좋은 팀이다. 김주성과 로드 벤슨의 불완전한 컨디션으로 골밑 장악력과 수비조직력이 떨어진 동부와는 차이가 있다. 끈끈한 맨투맨과 맨투맨과 지역방어를 섞은 변형 디펜스, 트랩과 더블 팀 등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수비 메뉴얼이 다양하고 안정적이다. 모비스와 오리온은 서로 부담스럽다. 창과 방패의 맞대결이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얼리오펜스 위력을 극대화할 뜻을 드러냈다. 모비스는 양동근을 제외하면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다. 제공권에서 최대한 대등한 승부를 하면서 얼리오펜스로 모비스 수비조직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리바운드↑+턴오버↓
그렇다면, 모비스는 오리온의 얼리오펜스를 어떻게 제어해야 할까. 유재학 감독은 추 감독과 마찬가지로 리바운드 중요성을 강조했다. 얼리오펜스는 대부분 수비에 성공한 뒤 이뤄진다. 즉, 상대 공격이 실패한 뒤 수비리바운드를 잡고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상대는 슛을 실패한 뒤 순간적으로 대형이 흐트러진 상태다. 얼리오펜스의 장점은 리바운드를 잡은 뒤 상대가 수비 대형을 완벽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재빨리 공격,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때문에 얼리오펜스를 위해선 수비리바운드 장악이 전제조건이다.
모비스가 오리온의 얼리오펜스를 무력화시키려면 슛이 실패해도 공격리바운드를 많이 따내면 된다. 공격리바운드는 그 자체로 공 소유권을 상대에 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모비스 입장에선 득점확률을 높여야 한다. 득점에 성공하면 상대는 아웃 오브 바운드를 통해 공격을 한다. 그 사이 득점에 성공한 팀은 수비대형을 안정적으로 갖춘다. 유재학 감독은 "공격에 성공하면 상대가 얼리오펜스를 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라고 했다.
또 하나. 유 감독은 "턴오버를 줄여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앞선에서 턴오버를 하면 발 빠른 조 잭슨에게 속공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비스로선 세트오펜스 상황서 턴오버를 줄이고 공격 확률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모비스가 원하는 템포바스켓, 구체적으로는 골밑 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는 창과 방패 싸움이기도 하지만, 공격 템포의 싸움이기도 하다.
▲외국선수 공간활용
모비스가 세트오펜스에서 공격 성공률을 높이려면 외국선수들의 몫이 중요하다는 게 유 감독 설명이다. 그는 "두 외국선수가 어떻게 해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함)지훈이는 하이포스트에서 (슛을) 때려줘야 한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시즌 내내 아이라 클라크, 커스버트 빅터, 함지훈의 공존 문제를 시원스럽게 풀지 못했다. 시즌 막판 전면강압수비로 클라크와 빅터의 수비 움직임을 끌어올리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수비에서 몸이 풀린 선수들이 공격에서도 원활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오리온 특유의 더블 팀+로테이션 시스템을 완벽히 극복하려면 2~3쿼터 빅맨 3명의 공격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결국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중요하다. 유 감독은 "오리온은 외곽에서 이점을 누리려고 할 것이다. 우린 골밑으로 더 밀고 들어가면 된다"라고 했다. 클라크와 빅터가 제 몫을 해내면 모비스는 제공권을 강화, 오리온의 얼리오펜스를 제어하는 동시에 골밑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빅맨들의 공간활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국내선수들의 외곽포도 살릴 수 있다. 모비스는 오리온보다는 외곽 화력이 떨어지지만, 전준범과 송창용의 한 방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규시즌서 모비스가 오리온에 이겼을 때, 대부분 승부처서 골밑에서 빠져나오는 볼을 전준범과 송창용이 결정적인 3점포로 연결하며 승부를 갈랐다. 오리온의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기도 했지만, 모비스의 공격 조직력도 리그 정상급이다. 양동근의 중거리포를 활용한 부분전술도 빅맨들이 제 몫을 할 때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전면강압수비, 계속 쓴다
유 감독은 "전면강압수비는 계속 쓸 것이다. 시즌 막판 4~5경기서 효과를 봤다"라고 했다. 시즌 막판 공격이 너무 풀리지 앉자 전면강압수비를 통해 많이 움직이게 유도했다. 수비에서 몸이 풀린 모비스 선수들은 공격에서의 유기성마저 끌어올렸다. 결국 공수 밸런스를 극적으로 회복, 시즌 막판 경기력을 바짝 끌어올렸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 후 2주를 쉰다. 시즌 막판 리듬이 4강 플레이오프로 이어질 것인지는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오리온을 상대로 전면강압수비 효과를 확인한 만큼 4강 플레이오프서도 밀어붙이겠다는 복안이다. 하루 걸러 하루 경기를 치르는 단기전 특성상 체력소모가 크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10명 정도(가용인력)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활용, 체력소모에 대비하겠다는 뜻.
이 부분에선 간판스타 양동근의 컨디션이 최대 관건이다. 양동근은 시즌 중반 갈비뼈 부상으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으나 투혼을 발휘했다. 시즌 막판에도 썩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시즌 후 팀 훈련도 조금 쉬었다. 모비스 관계자는 "이번주 월요일부터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양동근이 4강 플레이오프서 뛰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실전 경기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전면강압수비 위력이 약간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리그 최고의 패서이자 해결사다. 모비스에 양동근의 존재감이 높은 만큼 그의 경기력은 시리즈 향방을 가를 수 있다.
[유재학 감독(위), 모비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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