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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전인화가 나타나자 삼겹살집이 순식간에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된 듯한 환상에 빠져들었다.
전인화의 미모는 빛났다. 목소리는 결코 소란스럽지 않아 차분하고도 또렷했고, 미소에는 기품이 묻어 있었다. '우아하다'란 말이 '아름답다'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표현이란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던 대화였다.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종영을 기념해 2일 서울 강남의 한 삼겹살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인화는 '갓득예'란 호칭에 "난 그런 신조어를 잘 몰랐어요" 하고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라며 온화하게 웃었다. '국민MC' 유재석도 이 미소에 반해 "누님 한번만 '재석아'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부탁했을 정도다.
'내 딸, 금사월'은 전인화의 51부작 '열연 드라마'였다.
신득예처럼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수영은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대본이 '물에 빠지라' 하면 전인화는 신득예가 되어 물에 뛰어들었다. 깊은 수심에 허우적대다 겨우 올라와 '헉 헉' 하고 숨가빠한 건 연기가 아닌 실제였다. 그럼에도 자존심 세우지도, 제작진에 불만을 말하지도, 못하겠다고 버티지도 않았다. 그저 링거 투혼으로 버티고 후배들을 격려하며 51부를 이끌었다
사실 신득예, 헤더신 1인2역도 사전에 알지 못한 채 촬영을 시작했다. 전인화는 신득예가 헤더신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당시 "충격이었어요. 너무 당황스러웠죠"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묵묵히 연기했다. 한번쯤 항의할 법했으나, 전인화는 작가의 작업이 "피고름 짜는 일"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순옥 작가를 향한 막장 논란도 전인화는 '내 딸, 금사월'의 수장으로서 감쌌다.
"너무 안쓰러웠어요. '이렇게 욕먹는 건 일생에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배우들한테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어요. 김순옥 작가는 막장극을 쓰려는 사람이 아니에요. 한정된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서 하면 모두 담을 수 없기에 극적으로 풀려고 했던 건데, 사건 사고를 펼쳐놓고 쓰다가 앞뒤가 안 맞는 상황들이 막장 논란에 들어서며 벗어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한번 타깃이 되니까 거기(막장 논란)에만 집중하는데, 사실 얼마든지 그것 아니고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석이 있었을 텐데…."
전인화는 백진희도 마치 엄마처럼 위로했다. 금사월 역의 백진희는 극 후반부 소위 '고구마' 캐릭터로 그려지며 덩달아 연기한 배우까지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았는데, 전인화는 "괜찮아. 신경 쓰지마. 그런 것 신경 썼으면 난 이 세상에 없어"라고 보듬었다.
"저도 어렸을 때 겪어 봤던 일이에요. '내가 왜 이런 욕을 먹어야 해?' 하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래 모든 국민이 날 좋아할 수는 없는 거지'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차라리 내가 뭐가 문제고, 이 작품에서 뭘 잘 못한 걸까 하고 생각하는 게 더 좋다고 느꼈어요. 그런 것들에 함몰되면 정작 해야 할 것도 못하니까요."
미모와 연기뿐 아니라 따뜻한 성품을 지닌 전인화는 '유느님' 유재석도 반할 수밖에 없는 여배우였다. 유재석이 카메오 출연했을 당시 "너무 어려워하더라"고 돌아본 전인화는 유재석을 향해서도 "'유느님'은 최고"라며 "인격적으로 다 갖춰진 개그맨"이라고 치켜세우기만 했다.
특히 "유재석이 '무한도전'에 나와달라 부탁하면 어떻게 하겠나?"란 질문에 전인화는 대답대신 미소 짓더니 이내 "사실 유재석 씨한테 '갑자기 뭔가 할 게 생긴다면 의리 한번 지켜주겠다'고 했어요"라고 고백했다. '갓득예' 전인화를 '무한도전'에서 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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