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안경남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예선을 겸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 카타르전 70m 드리블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란 기대주를 알린 명장면이었다. 당시 상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낸 기술은 바르셀로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를 연상케 했다. 분명 황희찬이 가진 재능은 특별했다.
잘츠부르크 현지에서 만난 황희찬의 머릿속은 온통 축구로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유럽 진출 후 1년 간 그가 반복한 일상이다. 실제로 몸으로 부딪힌 유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새로운 환경과 언어 그리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황희찬은 그렇게 진화하고 있었다.
- 오스트리아에 진출한지 1년이 지났어요. 이곳의 축구는 어떤가요?
“지리적으로 독일과 가까워서 분데스리가와 매우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해요. 힘이나 스피드가 매우 뛰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예요”
- 잘츠부르크 이적 후 곧바로 2부리그 리퍼링으로 임대됐어요. 그곳에서의 경험이 1군 복귀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맞아요. 어린 선수들은 그곳에서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무대에 왔기 때문에 적응을 위해 리퍼링에서 임대 생활을 했어요. 작년에 처음 와서 1월부터 5월까지는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요. 경기에 출전했지만 내가 가진 것들 것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죠. 터닝 포인트는 여름 휴식기였어요. 그 기간에 정말 많은 준비를 했어요. 그러면서 서서히 팀에 적응했고 새롭게 시즌이 시작되면서 골도 많이 넣기 시작했어요. 특히 리퍼링에서 수비적인 부분이 많이 발전됐어요. 한국에서도 공격수들이 수비에 가담을 하지만 여기처럼 많이 하진 않아요. 무엇보다 공격적으로 수비하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또 멘탈적인 부분과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향상됐어요”
- 공격적으로 수비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상대가 공격을 해올 대 뒤로 물러서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같이 부딪혀서 앞으로 쉽게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한국에선 뒤로 물러주면서 패스의 길만 막으라고 해요. 그러나 여기에선 길을 막으면서 공격수를 압박하라고 주문해요. 공을 가진 사람이 줄 곳도 없게 하면서 공을 차기도 힘들게 하는 거죠”
- 경기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기던가요?
“원래는 공을 예쁘게 차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여기오면서 더 저돌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웨이트를 많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한동안 부상으로 쉬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발전해야 해요”
- 잘츠부르크 훈련 시설이 굉장히 좋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유럽 구단들의 훈련 시설이 대부분 좋지만 잘츠부르크는 다른 유럽팀들도 탐내는 수준이에요. 특히 제가 오기 전에 1000억을 투자해서 아카데미 시설까지 최고급으로 지었어요. 축구를 하기에 최상의 조건이에요”
- 언어는 힘들지 않았어요? 미나미노 선수는 아직도 통역이 있는 것 같던데.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어요. 처음 6개월 동안은 통역이 있었어요. 이후 구단에서 혼자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하고 있어요 축구에 관한 건 많이 알아 들는 편이예요. 그러나 새로 온 오스카 가르시아 감독이 스페인 출신이여서 독일어를 못해요. 그래서 코치가 영어를 듣고 저한테 독일어로 전해줘요. 크게 불편한 점은 없어요”
- 지난 해 12월 바르셀로나 출신의 가르시아 감독이 새롭게 왔어요.
“굉장히 패스적인 걸 원하면서 완벽을 요구하세요. 엄청나게 많이 뛰면서 공도 잘 차야해요. 솔직히 그래서 힘든 건 사실이에요(웃음). 간단한 패스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세요. 모든 감독이 완벽한 걸 원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요구하는 것 같아요”
- 잘츠부르크 포메이션이 4-4-2 다이아몬드였어요. 신태용호와 많이 닮았던데요?
“이전에는 포메이션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런데 가르시아 감독이 온 뒤로는 계속해서 이 전술을 고수하고 있어요. 신태용 감독님과 비슷해서 익숙한 건 사실이에요. 다른 점이라면 압박에서 좀 더 세밀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신태용 감독님도 압박을 상당히 많이 강조하시는데 잘츠부르크는 그것이 더 디테일해요. 잘츠부르크의 축구 철학의 기본이 압박이예요. 이것은 어떠한 감독이 와도 변하지 않는 팀의 철학이에요”
- 훈련량은 오히려 한국에 있을때보다 줄었다고 들었어요?
“매주 훈련 스케줄이 바뀌어요. 홈이냐 원정이냐에 따라 훈련 일정도 바뀌죠. 아예 쉬는 날도 있고 하는 날도 있어요. 당연히 한국보다 훈련량은 훨씬 적어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있게 해요. 어디가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서 하는 스타일도 효과적이고 한국에서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 일본 출신 미나미노 선수와는 친한 것 같아요.
“친해요. 밥도 같이 먹는 사이예요. 서로 나쁜 감정은 없어요. 하지만 경쟁 의식은 분명히 있어요. 훈련장에 들어가면 그런 것들이 많이 작용해요. 서로 잘하려고 하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크게 의식하려고 하진 않아요. 미나미노보다 내가 준비한 것을 잘 하려고 노력해요”
- 잘츠부르크는 예쁜 도시 같아요. 운동 끝나면 주로 어떻게 지내요?
“주로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봐요. 최근에는 응답하라 1988을 봤어요. 운동이 끝나면 거의 집에 있는 편이에요. 오스트리아에 온지 1년이 넘었는데 놀러 가본적은 한 번도 없어요. 거의 훈련장과 집을 왔다갔다했어요. 처음 혼자 왔을 때는 한국 식당에 가서 자주 밥을 먹었는데 집이 생긴 뒤에는 직접 해 요리해서 먹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단체 생활이라 밥이 나와서 요리를 할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온 뒤로 요리가 늘었어요.”
- 최근에 어머님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엄마가 와서 운동이 끝나면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엄마의 사랑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전에는 혼자 운동 끝나고 밥을 해먹어야 했는데 요즘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서 편해요(미소)”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잘츠부르크 홈페이지]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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