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연세대가 대학무대에서 7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연세대는 4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MBC배 대학농구 남대부 단국대와의 결승전서 완승했다. 연세대의 MBC배 정상 등극은 2005년 이후 11년만이다. 지난 11년간 연세대는 3위만 8번, 준우승 1회에 그쳤다. 지난해 준우승 전까지 결승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범위를 전국대학 단위 대회로 넓혀봐도 연세대는 최근 5~10년간 기를 펴지 못했다. 2009년 2차대학연맹전 이후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0년 출범한 대학농구리그서도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 사이 대학농구는 오세근, 김선형을 앞세운 중앙대,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앞세운 경희대, 이종현과 강상재를 앞세운 고려대 천하였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잠재력을 앞세운 '맨파워' 농구다. 흔히 농구관계자들은 대학농구를 두고 '스카우트 싸움'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은 명문대에 오고 싶어했고, 상위권 대학들은 유망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대학무대를 장악했다.
연세대 역시 그랬다. 은희석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다를 바 없었다. 현재 주축을 이루는 최준용, 천기범, 허훈 등은 고교무대에서도 날고 기던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2014년 말 은 감독 부임 후 연세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은 감독이 제대로 된 지도자가 될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멤버 농구가 아니라 조직적인 공수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라고 했다.
실제 은 감독은 프로에서 사용하는 공수시스템을 최대한 이식시키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고교에서 엘리트들을 수집해오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은 있었다. 지금도 완전하지는 않다. 연세대는 이종현이 빠진 고려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준결승전서 이겼지만, 올 시즌에도 대학농구는 고려대 천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은 감독과 선수들이 그런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어떤 선수가 코트에서 뛰더라도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우승은 의미가 있다. 연세대는 단국대와의 결승전서 객관적 전력차가 컸다. 쉽게 이겼다. 그러나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공격에선 정확한 2대2 플레이와 골밑-외곽으로 이어지는 패스게임, 볼 없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맨투맨과 더블팀, 로테이션 등이 돋보였다. 수비 성공 이후 패스 게임에 의한 속공 마무리도 돋보였다. 프로가 구현하는 수준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연세대는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공수에서 팀 농구를 장착시키려는 흔적이 돋보였다. 미국 전지훈련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작업은 한국농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대다수 프로 신입생들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대학까지 제대로 된 조직적인 농구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서 프로가 구현하는 수준급의 조직농구를 갑작스럽게 접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들은 그들대로, 프로 구단은 구단대로 손해다. 자연히 한국농구의 손해로 이어진다. 연세대가 시스템 농구를 장착시킬 경우, 연세대 선수들은 프로에서 적응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대학과 프로의 연계가 이뤄지는 셈이다.
연세대의 행보는 흥미롭다. MBC배 우승만으로 연세대의 조직적인 농구가 완전히 꽃피웠다고 말하긴 어렵다. 고려대 이종현이 빠진 게 컸다. 연세대도 대학리그 등 올 시즌을 치르며 고려대 등 강호들을 상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연세대가 좀 더 조직적으로 강해질 것인지, 다른 대학들이 각성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연세대 선수들. 사진 = 수원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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