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EB하나은행과 KB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7일 미디어데이를 통해 말펀치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10일 시작한다. 3전2선승제의 초단기전이다. 세부적인 플랜 수립과 이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다.
6일 정규시즌 최종전서 맞대결서 1.5군 전력으로 탐색전을 마쳤다.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다만, 하나은행 박종천 감독, KB 서동철 감독 모두 고민의 흔적이 깊다는 게 드러났다. 골밑이 강한 하나은행, 외곽이 강한 KB는 정확히 반대 성향의 컬러를 지녔다.
▲하나은행 시선
하나은행은 첼시 리와 버니스 모스비를 동시에 기용, 골밑에서 KB에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미스매치다. KB는 데리카 햄비를 첼시 리에게 붙이면 모스비에겐 정미란 혹은 김진영을 붙이면서 상황에 따라 더블 팀을 시도해야 한다. 결국 하나은행은 이 부분의 우위를 점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하나은행은 김이슬, 서수빈이 1번 역할을 번갈아 맡는다. 시즌 중반 돌파력과 승부욕을 지닌 서수빈이 중용됐지만, 신장의 약점으로 시즌 막판 결국 김이슬에게 무게 중심이 실렸다. 김이슬은 패스센스를 갖췄다. 다만, 제 타이밍에 리나 모스비에게 절묘하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줄 정도로 기량이 농익은 건 아니다. 여기서 1차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리와 모스비가 공을 잡으면 다시 치고 들어가야 할 때가 많다. 더블 팀에 노출되고, 실책의 가능성이 생긴다. 더구나 리와 모스비 모두 상대의 터프한 수비에 대처하는 요령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때문에 하나은행은 정규시즌에 높이의 압도적인 우위에도 상대를 완벽히 누르지 못하고 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박종천 감독은 "계속 연습을 하고 있다. 볼을 잡는 세부적인 위치를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부분만 매끄러워지면 희망적이다. 하나은행은 리그 최고의 쌍포 김정은과 강이슬이 버티고 있다. 내, 외곽의 패스 흐름이 원활해지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스비의 경우 리보다 이타적인 플레이에 강하다. 또한, 올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던 김정은의 컨디션도 많이 올라온 상태다. 또한, 리의 경우 시즌 중반 논란이 됐던 일리걸 스크린을 많이 고쳤다. 스크린 과정에서 상체와 팔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2대2도 많이 매끄러워졌다. KB는 더블팀+로테이션으로 하나은행 내, 외곽을 견제하겠지만, 골밑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이 매끄러운 공격 흐름 속에 외곽슛만 터지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마지막 고민은 변연하 수비와 KB의 얼리오펜스다. KB는 변연하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부분은 KB의 장점이자 단점. 여자농구에서 변연하를 완벽히 제어하는 선수는 없다. 움직임 자체가 워낙 노련하다. 햄비와의 픽&롤, 그리고 픽&롤 하는 척 하다 강아정과 홍아란에게 외곽슛 찬스를 내주는 건 예술이다. 박 감독은 "변연하에게 바짝 붙어 3점슛을 내주면 안 된다"라고 했다. 바짝 붙어 변연하의 슈팅과 또 다른 외곽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하면 KB 양궁농구를 1차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 수비력이 좋은 염윤아와 시즌 막판 몸 상태가 올라온 김정은이 변연하를 맡을 수 있다. 스크린을 건 뒤 골밑으로 빠져나가는 햄비의 움직임은 리와 모스비가 체크하면서 포워드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나은행은 전반적으로 수비력이 약하지만, 시즌 막판 스위치 디펜스 전투력은 많이 좋아졌다. 미스매치를 내줄 확률이 낮은 하나은행 특성상 상대 2대2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 감독은 "햄비의 기동력과 트랜지션 게임을 막아야 하는데, 우리도 트랜지션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상대 트랜지션을 의식, 리 혹은 모스비를 의도적으로 뺄 생각은 없다"라고 했다. KB 얼리오펜스의 경우, 하나은행으로선 세트오펜스에서의 득점 확률을 높여 상대 수비리바운드 개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턴오버도 줄여야 한다. 속공과 얼리오펜스의 시작은 상대 턴오버와 수비리바운드다.
▲KB 시선
KB는 8연승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5위까지 처졌다가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농구관계자들은 시즌 막판 KB 상승세에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변연하와 햄비의 2대2와 거기서 파생되는 외곽 공격, 또 하나는 우리은행과 맞먹는 수준의 정밀한 수비조직력이다. KB는 이 부분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KB의 강점이 곧 하나외환의 약한 고리다. KB의 골밑 더블팀과 외곽 로테이션 시스템은 혹자의 경우 "우리은행보다 낫다"라고 했다. 골밑이 강하고 외곽슛을 갖춘 선수가 많은 하나은행을 상대로 더블 팀+로테이션 시스템은 아주 중요하다. 서동철 감독은 "기복이 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서 감독이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복귀하면서 KB의 수비시스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골밑에서 밀리는 KB는 하나은행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KB 역시 하나은행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단기전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골밑이다. 햄비가 맹활약하고 있지만, 변연하와 홍아란의 도움 없이는 위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더구나 수비부담이 큰 시리즈다.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서 감독은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작년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서는 변형 지역방어(1-3-1)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서는 최대한 맨투맨으로 갈 것이다"라고 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KB에 골밑 매치업에서 큰 부담을 안긴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은행은 외곽슛 성공률이 높지 않아 지역방어로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 하나은행은 다르다. 서 감독은 "상대가 존 오펜스를 위해 하이포스트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로 포스트에서 위로 올라가서 붙어야 한다. 그럼 나머지 선수가 첼시 리 혹은 모스비의 골밑 공격을 커버해야 하는데, 우리 구성상 쉽지 않다"라고 했다. 또 하나. 서 감독은 "모스비는 이타적인 마인드가 좋다. 외곽으로 잘 빼준다"라고 했다. 지역방어 완성도가 떨어질 경우 모스비에게서 파생되는 강이슬, 김정은의 외곽포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으로 더블 팀+로테이션 시스템이 체력소모가 크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있다.
이 부분은 KB의 장기인 얼리오펜스와도 연관이 있다. 하나은행의 세트오펜스를 잘 막아내면, 그만큼 역습의 확률이 커진다. 수비조직력이 허물어지면 실점 확률이 높아지고, 아웃 오브 바운드를 통해 공격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KB 특유의 얼리오펜스 위력은 떨어진다. 결국 KB로선 정밀한 수비조직력을 공고히 하면서, 제공권 열세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나은행-KB전 팁오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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