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배우 공형진 "김현주·유아인, 나보다 연기 잘해"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겸손은 대가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데뷔 25년의 배우 공형진은 겸손했다.

공형진은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악역 민태석을 연기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 동안 보여준 적 없었던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민태석이란 인물은 비현실적이었다"는 공형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아마, 실제였다면 결말이 그렇게 나지 않았겠죠. 민태석은 단죄되지 못했을 거에요. 재벌가에서 과거를 바로잡겠다고 양심선언을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죠. 다만, 작가님이 극적인 요소를 위해 장치를 한 거라고 생각해요. 민태석이 잘 먹고 잘 사는 건 공감하기 어려울 테니까. 제 캐릭터에 맞게 윤택하고 풍요롭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악역에 도전하게 된 것은 SBS 입사 동기인 최문석 감독과의 우정 때문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악역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악역이야"라는 최 감독의 권유에 시놉시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굉장히 흥분됐어요. 그 동안 안 해봤던 캐릭터였고, 그런 캐릭터가 나에게 맞춰져서 보는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된다면 성공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죠. 배우로서 굉장히 기분 좋은 경험이 됐어요."

'애인있어요'는 많은 마니아층 시청자를 양산하며 '페인' 신드롬을 낳았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큰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시청률은 한참 저조했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해서 공형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찌됐든 시청률로 평가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하는 사람들이 즐거우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요.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나름의 어떤 메시지를 줘야하는데 '폐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해 주셨으니까. 시청률은 좋지 않았어도 배우로서 많이 보상을 받은 것 같아요."

공형진은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현주에 대해 극찬을 이어갔다. 촬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애인있어요' 팀은 단 한번도 얼굴을 붉히거나 하지 않았다고. 공형진은 "그 중심에는 김현주가 있었는데, 1인2역의 어려운 연기 가운데도 예민한 기색 없이 시종일관 밝게 웃는 얼굴로 연기했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정말 연기를 잘해서 현장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배우들까지 감탄할 정도였어요. '갓현주'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죠."

공형진은 후배에게 '나보다 연기 잘한다'라고 치켜세웠지만, 자신의 정체성 또한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배우였다. 그야말로 건강한 자존감이 느껴졌다. "제 연기요? 솔직히 김현주, 유아인 이런 친구들이 저보다 연기 잘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봐도 놀랄 정도니까요. 하지만 연기에는 정답은 있지만 해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어떤 연기를 했을 때 김현주, 유아인보다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보거든요. 다만, 결국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나가는 거죠. 저도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되지 않았을까요?"

[배우 공형진. 사진 = 시그널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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