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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쩌면 진부한, 곧잘 던지는 질문에 독특한 대답이 돌아왔다. "잘 버티는 배우요."
배우 이규한(35)는 스스로 '잘 버티는 배우'라고 했다. 지난 1998년 데뷔한 이규한은 올해로 19년차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선택하는 것보단 선택 받는 것이 배우의 숙명임을 잘 알고 있었다. 가끔은 잘 쉬어가야 하고,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인정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규한은 한 사람의 배우로 한 발자국의 걸음을 걷고 있었다.
이규한은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에서 세상에는 다시 없을 순애보를 지닌 '순정남' 백석으로 분했다. 그는 독고용기(김현주)를, 도해강(김현주)를 한결같이 사랑했고, 끝까지 사랑했다. 근래 보기 드문 따뜻하고 깨끗한 캐릭터였다.
"작가님이 참 사랑해 준 캐릭터였어요. 대본을 보면 작가님이 백석을 좋아하고 계시는구나 느껴졌어요. 사실 백석의 순애보와 그 사랑의 크기를 그저 인간 이규한으로서는 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백석을 맡은 저로서는 그 캐릭터를 더 사랑해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난 해강이는 사랑에 크게 상처 받은 이후였기 때문에 그 아픔을 치료하는 방법은 더 진한 사랑을 주는 거였어요. 그 역할을 제가 담당했죠."
이규한은 50회의 긴 시간 동안 백석에 푹 빠져 연기 한 뒤 일본에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규한은 잠시 뜸을 들였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리실 진 모르겠지만, 저는 배우는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선택 받는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역할보다 오래 쉬지 않고 다시 연기할 수 있는 작품. 그런 게 저에겐 우선이에요." 또 한 번 인상적인 답변이었다.
이규한은 벌써 데뷔 19년차가 됐을 만큼 연예계에 오래 몸 담아 왔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적이면서도 소탈한 면모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에게 있어 예능 프로그램은 참 고마운 존재지만, 도달해야 하는 목적은 아니다.
"배우니까 한길로 가야죠. 주 분야인 배우로 선두권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작년 한 해 동안 예능의 수혜을 받아서, '애인있어요'와 같은 좋은 작품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예전만 해도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걸 기피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된 상태죠. 여러 관계자들이 '네가 그런 성격도 있었구나'라고 많이 다르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이제는 예능 이미지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배우가 제 정체성인 건 확실해요."
'잘 버티는 배우'라고 스스로를 정의한 이규한은 지난 시간 동안 일희일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왔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규한은 맡은 바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고, 그걸로 만족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제 장점이라고 봐요. 예전에 했던 수 많은 드라마보다 지금 '애인있어요'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시지만, 사실 제가 이번에만 특별히 열심히 했던 건 아니에요. 똑같이 최선을 다했을 뿐이죠. 다만, 이번엔 워낙 좋은 캐릭터였고, 좋은 배우들이 있었고, 감독님과 작가님이 정말 좋았던 거 같아요. 꾸준히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해 내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이규한은 특별하고 거창한 취미 없이도 작고 소소한 취미만으로 행복하다.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쨌든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이 끊길 때도 있고, 그럴 때의 불안감도 있고. 뭔가를 하고 있어도 잘 안 됐을 때의 실망감도 존재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인간 이규한으로서 행복한 게 저에겐 중요하죠."
그는 큰 목표를 정해두고 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가 있다면 아버지 역할을 맡아 '선생님'이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고. "목표만 쫓아가다 보면 시간만 더 빨리 가는 거 같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뭐했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순간순간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다만, 하나 목표가 있다면 아버지 역할을 맡을 때까지 롱런하고 믿음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가 되는 것보다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되는 게 더 어려운 거 같아요."
[배우 이규한.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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