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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미 마지막회까지 편집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간 방송된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대부분 이렇다 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쪽대본' 현실은 더욱 당연시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전제작 드라마도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오로지 작가와 연출진의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뜬금없이 등장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PPL(간접광고)도 의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는 있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제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철저히 중국 시장 때문이었다.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그들의 법을 따라야 했고, 이 때문에 고착화되다시피 한 기존의 제작 시스템마저 송두리째 바꿔야했다. 중국의 사전 심의에 맞춰 드라마를 제작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불가피했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제작을 통해 얻은 건 높은 완성도다. 배우들은 작품 속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제작진은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됐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이같은 장점은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총 130억의 투자비가 들어간 '태양의 후예'는 편당 약 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통상 미니시리즈 한 편당 3~5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략 2배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계산해볼 수 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수준 이상은 담보할 수 있다. 더욱이 사전제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단 안정적인 제작비 확보가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태양의 후예'는 일찌감치 제작비를 확보해 드라마를 완성시켜 중국 심의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되고 있는 요즘, '태양의 후예'는 양국을 뜨겁게 달구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와 같은 드라마의 인기는 곧 방영을 앞두고 있는 다른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 사전제작에 들어가는 작품은 '태양의 후예'를 제외하고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KBS), 박서준 박형식 고아라 주연의 '화랑:더 비기닝'(KBS),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더 허스토리'(SBS),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보보경심:려'(편성미정) 등이다. 결국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른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줄줄이 성공을 거둬,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 관행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지는 '태양의 후예'의 성공적인 마무리 뒤에 가늠해볼 수 있다. '태양의 후예'가 과연 사전제작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양의 후예' 포스터와 현장스틸,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4인방. 사진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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