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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소년의 입에선 '연기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툭 툭 튀어나왔다.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지만, 튀어나온 그 말은 현실이 됐다. 배우 서동원은 영화나 책을 보면서 액션배우를 꿈꿨다. 그리고 엄마 얼굴을 보고 툭 내뱉은 말. "엄마, 나 연기하고 싶어요."
어머니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반대가 아니라 의문이었다. "네가 할 수 있겠니?"라고 묻는 어머니는 소년의 눈에서 진실을 봤다. 그렇게 서동원은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게 됐고, 가끔씩 엑스트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SBS 'LA아리랑'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 당시 배우 정준을 괴롭히는 불량학생으로 처음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다. 서동원의 액션 연기를 눈여겨 봤던 감독은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그를 캐스팅했다.
그렇게 서동원은 학창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성장느낌 18세'에 출연하던 그는 서울에서 촬영이 끝나면 잠깐 눈을 붙이고 천안에 있는 고등학교로 등교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네가 촬영 있는 날은 수업으로 인정해 줄게'라고 믿어주셨다. 서동원은 그런 선생님이 고마워 단 한번도 속이지 않고 학교엘 갔다. 덕분에 항상 잠이 부족했는데, 선생님은 그런 서동원에게 "잘 될 거다. 열심히 해라"며 용기를 불어 넣어 줬다.
"'선생님 잘 되겠습니다'라고 생각했죠. 그 때 이후로 사실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았어요. 배우란 건 사실 프리랜서니까. 누군가 나를 좋게 봐서 선택해 줘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저를 믿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엄청 자신 있어 했다기 보다는 '네가 갖고 있는 끼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른 데 눈 안 돌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신기해요."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로서 한 길을 걸어온 서동원은 사실 대중에게 낯익은 얼굴이긴 해도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각인시켜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서동원이란 제 이름을 알아 주시는 분들은 극히 드물죠. 그래도 역할이나 낯익은 얼굴이라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아, 몇 년 전에 어떤 팬 분이 제 이름을 불러 주시면서 '가방에 사인 좀 해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 사인이 된 가방을 들고 가시는 팬의 뒷모습을 보면서 에너지를 받았어요. 큰 힘이 됐죠. 그 분을 나중에라도 만나게 된다면 꼭 좋은 가방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서동원은 배우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사실 엄청난 목표는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연기고 이것으로 업을 삼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매번 똑같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깨어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를 가두지 않으려고 하죠. 사실 전 제 쌍까풀이 진한 눈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많은 분들께서 '눈빛이 좋다'고들 해 주세요. 그런 오묘한 눈빛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하고 싶죠. 뭔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하는 사이코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입꼬리 올라가는 배우'. 서동원이 바라는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이다. "뭔가 떠서 잘 되고 유명해 지기보단 이렇게 한 작품씩 대중을 만나는 게 즐거워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저 배우가 나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하시면서 입꼬리가 쭉 올라가는 배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배우 서동원.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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