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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요즘 KBS 드라마국이 시끌시끌하다.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던 KBS 드라마가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소속 PD들의 잇단 사표 제출 소식이 들려오면서 드라마국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지난 9일 전창근 김진원 함영훈 PD가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 사람 모두 JTBC로의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의 갑작스런 사표 제출 소식은 '태양의 후예'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전해진 것이어서 내부에서도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예능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PD들의 이탈이 계속됐다. 이명한 PD를 필두로, 나영석 신원호 김원석 PD들이 줄줄이 KBS를 떠났다. 이들은 CJ E&M으로 이적해 각각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 '미생' 등 연달아 히트작들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드라마 PD들의 이탈 이유도 예능 PD들이 떠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는 다시 PD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굴레 안에서 한정된 제작비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 소위 '돈 좀 되는' 드라마들만 만들다보니 어느새 어디선가 본 듯한 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원하는 PD들에게는 그저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PD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지상파만의 메리트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굳이 지상파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도 이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같은 배경에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드라마 PD들의 이탈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들이 나란히 JTBC로 이적한다고 알려지면서 KBS 보도국 내에 JTBC를 겨냥한 태스크포스(TF) 팀이 구성됐다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지난 10일 '우리 PD 빼갔으니 조져'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TF팀 해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새노조는 "드라마국이 위기다. 드라마 PD 3명이 한꺼번에 사표를 냈다. 3명은 함께 같은 종편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가 내놓은 대책이다"라며 "갑작스럽게 보도국에 기자들 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TF 팀이 구성됐다. TF의 타깃은 '우리 PD들을 빼간' JTBC와 사주인 홍석현 회장이다. 우선 너무 창피하다. 이게 대한민국 최고 공영방송이 취할 방법인가? 이게 사측 당신들이 말하는 KBS 저널리즘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사표를 낸 PD들을 상대로 회사가 소송을 하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정도면 사측에게 제 정신인지 묻고 싶을 정도"라며 "당장 보도국 TF를 해체하라. 떠나는 사람들에 집착하지 말고, 남아있는 우리 동료들을 생각하라. 인력 유출이 걱정된다면 TF는 보도국에 만들 것이 아니라 드라마국에, TV본부에 만들어야 한다.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조금이라도 남겨둬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부터 PD들의 퇴사, 그리고 보도국의 TF 설립 논란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 KBS가 과연 어떤 대비책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중요한 건, 이제는 PD들이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고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인력 유출도 막을 수 있고, 날로 커져가는 케이블과 종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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