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오정복(30, kt 위즈)은 지난 12일 밤 경기도 수원에서 지인과 술을 마신 뒤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적발돼 불구속 입건됐다.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03%. kt는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에게 올 시즌 KBO리그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KBO는 이에 1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오정복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kt 관계자는 “구단보다 KBO에서 부과한 출장정지 경기수가 더 많기 때문에 그에 따라간다”라고 그의 징계 수위를 최종 전달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해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타 선수들의 사례와는 달리 징계 수위가 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아쉬운 것은 시즌 개막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부분이다. 오정복의 스프링캠프에서의 노력이나 구단 내 높아진 입지 등을 살펴봤을 때 그의 음주운전은 팀 내 커다란 타격이 될 전망이다.
▲ 유력한 리드오프 자원의 초반 이탈
오정복은 지난 2009년 삼성 2차 7라운드 59순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NC를 거쳐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3점 홈런을 터트리는 등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올 시즌 풀타임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kt 조범현 감독도 스프링캠프 때 가장 성장한 타자로 오정복과 하준호를 꼽으며 그를 중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실제로 지금까지 kt가 치른 4번의 시범경기 중 2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 7타수 3안타(2루타 1개) 볼넷 1개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주전 도약을 코앞에 두고 터진 사건이라 아쉬움은 더욱 크다. 유력한 1번타자 후보였던 그의 초반 결장으로 하준호, 이대형 등 다른 테이블세터진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 신생구단의 이미지
신생구단 kt는 이미 지난해 10월 포수 장성우가 치어리더 박기량의 명예를 훼손시킨 정황이 드러나며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 박모씨가 지난해 4월 장성우로부터 받은 박기량의 사생활이 담긴 글을 SNS에 올린 것. 게다가 투수 장시환까지 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구단 징계를 받았다.
kt는 장성우 사태 이후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선수단 규정 재정비 및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징계 사례가 발생하고 말았다. 구단의 이미지가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벌써 3번째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된 kt다.
오정복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2군 생활을 오래해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매 경기 간절한 마음을 갖고 내가 가진 것을 많이 보여주겠다”라며 야구를 향한 그의 절실함을 어필한 적이 있다. 시즌 개막 후 15경기가 지나 다시 그 절실함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팬들이 그것을 다시 아름답게 봐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많은 것을 잃게 된 오정복과 kt다.
[오정복.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