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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속 조영규(민성욱)의 마지막은 강렬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라 더 슬펐다. 어린 이방원(남다름)부터 성인 이방원(유아인)까지, 이방원의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던 조영규가 역사와 다른 죽음을 맞자 시청자들은 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조영규 역 민성욱 역시 이런 마지막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시원섭섭하다”고 운을 뗀 민성욱은 “조영규의 죽음에 센 반응이 올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니 ‘정말 많이 생각해주시고 재밌게 보셨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민성욱의 죽음이 그려진 마지막 촬영 당일. 동료들은 민성욱에게 노래도 불러주고 축하를 해줬다. 중요한 장면이기에 촬영 시간도 길었고, 쉬운 장면이 아닌 만큼 힘도 들었다. 민성욱은 “끝났는데도 끝나지 않은 기분도 들고 얼떨떨하니 아쉽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조영규의 죽음은 1~2주 전에 알았는데 역사처럼 병사 상황이 아니라 큰 연결 고리를 갖게 되니 ‘와, 이렇게 보내주시는구나’ 했어요. 각성의 계기도 되고 조영규 장례식할 때 일을 도모하게 되니 끝까지 좋은 역할로 나온 거잖아요. 사실 역사에서는 조영규가 병으로 죽으니까 아파 죽는 것도 어떤 계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께 ‘슬슬 기침이라도 해야 하나?’라고 물었어요.(웃음) 근데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서 ‘큰 일이 있겠구나’ 싶었죠. 이렇게 다뤄진 적은 처음이에요.”
강렬한 죽음을 맞이할 때 민성욱은 ‘조영규는 끝까지 이방원을 도와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비단 옷 입고 이방원과 낄낄대며 시작된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시원섭섭했다.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처음이었기에 조영규와의 여정에 더 여운이 남기도 한다.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정신없이 지나갔죠. 이방원이 큰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긴 여정이었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중간에 조금씩 지치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었는데 마무리 된 거 보니 이 시간이 참 신기해요. 하고 싶은 연기를 더 많이 해서 만족스러워요. 높낮이가 큰 연기였잖아요. 끝까지 결정적인 역할로 그러주셨으니 아쉬운 것도 많이 없어요.”
민성욱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했다. 전작들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민성욱은 “사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수혁 밑에 있는 조직원으로 이틀 정도 촬영한적이 있어서 종방연 때 작가님들께 꼭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렇게 큰 작품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런 기회도 있다는 생각을 했죠. ‘오? 진짜? 이 분들이랑 내가?’ 신기했어요. 처음 작가님들이 많이 말씀하신 게 조영규의 높낮이였어요. 밝을 때 더 밝고, 어두울 때 더 어두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걸 기반으로 끝까지 갔죠. 그런 친구라는 걸 너무 잘 써주셔서 잘 보였던 것 같아요. 끝까지 그렇게 해주셔서 상당히 수혜를 받았죠.”
민성욱은 실존 인물 조영규를 지금으로 치면 회사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상황에 휩쓸려 가는 중산층 가장 정도라는 것. 주도해서 밀고 가는 인물이 아니라 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휩쓸려 가는 것이 지금 가장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정치적으도 중립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큰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민성욱은 조영규의 변화에 집중했다. 초반부터 포인트를 갖고 가야 조영규라는 인물과 사건들이 더 재밌게 그려질 거라 판단했다. 물론 작가들도 그런 부분을 많이 살려줬고, 세밀한 대본 덕에 조영규의 변화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조영규는 아주 단순하게 내 것 빼앗기면 싫은 사람이에요. 이 안에서 제일 활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어린 이방원과 같이 있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성인부터 나왔다면 그런 조영규의 모습이 이상했을 것 같은데 어린 친구랑 계속 다니는 모습이 처음부터 나왔으니 뭔가 면책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조영규는 초반부터 다른 인물들에 비해 자유로웠죠.”
민성욱에게 남은 4회동안 죽은 조영규가 재등장하는지 물었다. 민성욱은 “재등장 할까요? 뭔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라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육룡이 나르샤’는 흘러가는 주변인들의 모습들을 보여줘요. 건국에 대해 파고드는 것도 있지만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해서 이렇게 흘러간다를 보여주죠. 조영규 역시 그런 흘러가는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조영규는 곧 우리였으면 좋겠어요. 중산층도 아니고 더 낮은 가장 정도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조영규와 전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그렇게 발랄하게 다니진 않는데..(웃음) 그래도 제 모습에서 가져온 모습들로 연기했어요. 정말 저의 식으로 하고싶은 연기를 많이 해서 만족해요.”
[민성욱.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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